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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범 Jul 28. 2024

스포츠의 양면성: 화합의 무대와 민족주의의 전장

올림픽과 축구를 통해 본 스포츠와 정치의 불편한 동행

스포츠는 흔히 '평화와 화합의 무대'로 불립니다. 특히 올림픽은 '세계인의 평화축제'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닙니다. 하지만 이는 스포츠의 한 면만을 보여주는 것일 뿐입니다. 스포츠, 특히 국가 대항전의 형태를 띠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메가 이벤트는 종종 '총성 없는 전쟁'으로 비유되기도 합니다. 이는 스포츠가 가진 또 다른 면모, 즉 민족주의와 정치적 목적의 도구로 사용되는 현실을 반영합니다.

올림픽은 전세계의 화합을 위해서 만들어졌지만 실질적으로 국가대항전 성격을 띄고 있다

올림픽을 살펴보면 이러한 양면성이 더욱 뚜렷이 드러납니다. 올림픽 헌장은 개인 간의 경쟁을 강조하며 국가 간 경쟁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올림픽의 모습은 어떨까요? 국가별 메달 순위가 집계되고, 시상식에서는 국가가 연주되며 국기가 게양됩니다. 이는 올림픽이 태생적으로 민족주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더 나아가 올림픽은 종종 개최국의 정치경제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의 'G2 등극'을 알리는 무대였고, 2014년 소치 올림픽은 '위대한 러시아'를 과시하는 장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권 탄압이나 환경 파괴 같은 문제들은 종종 올림픽의 '성공'이라는 명목 하에 묵인되거나 은폐되곤 합니다.


축구 역시 이러한 스포츠의 양면성을 잘 보여주는 종목입니다. 축구의 인기 비결 중 하나는 바로 그 민족주의적 성격에 있습니다. 국가 대표팀 간의 경기는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합니다. '태극전사', '사무라이 재팬' 같은 호칭이나, 국가 제창, 국기 앞세운 입장 등의 의식은 모두 전투를 앞둔 군인들을 연상시킵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민족주의가 가진 위험성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민족주의는 쉽게 인종주의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우리 민족이 우수하고 다른 민족은 그렇지 않다"는 논리는 매우 위험합니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사고는 나치 독일의 민족 청소와 같은 참혹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스포츠 경기에서 느끼는 애국심과 민족적 자긍심이 극단적 민족주의나 인종주의로 변질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프랑스의 축구 영웅 지네딘 지단의 사례를 재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알제리계 이민 2세인 지단은 프랑스 국가 제창을 거부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2002년, 극우 정치인 장 마리 르팽은 지단을 비롯한 이민자 출신 선수들을 맹비난했습니다. '순수 프랑스인'이 아닌 이들이 국가대표로 뛰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죠.

지단은 경기 전 국가제창을 하지 않았다. 그는 알제리계 프랑스인이다.

지단의 사례는 스포츠와 민족주의, 그리고 현대 사회의 복잡한 정체성 문제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의 행동은 단순히 화합의 메시지로 해석되기보다는, 스포츠계에 만연한 내셔널리즘과 그에 따른 갈등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스포츠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입니다.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민족주의와 배타성의 무대가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정치적, 경제적 목적을 위해 이용되기도 하죠. 우리는 이러한 스포츠의 양면성을 인식하고, 보다 비판적인 시각으로 스포츠 이벤트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우리는 스포츠가 내셔널리즘으로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국제 스포츠 대회가 여전히 국가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지만, 이것이 극단적 민족주의나 인종주의로 발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스포츠는 국가 간의 선의의 경쟁과 상호 이해의 장이 되어야 하며, 결코 민족주의적 우월감이나 배타성을 조장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스포츠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국제 협력과 문화적 다양성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동시에 스포츠가 정치적 도구로 악용되는 것을 경계하고, 순수한 경쟁과 페어플레이 정신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이를 통해 스포츠는 진정한 의미의 세계 평화와 화합을 위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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