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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영화 [인터뷰] 사건의 나비효과

해킹이 드러낸 할리우드의 이중성

by 김형범

2014년,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 '인터뷰'는 예상치 못한 국제적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가 오랫동안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그려온 관행의 정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영화 개봉을 앞두고 발생한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은 할리우드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2002년부터 2014년까지, 북한을 악당으로 묘사한 할리우드 영화는 최소 11편에 달했습니다. 특히 2013년에는 '올림퍼스 해즈 폴른', '지.아이.조 2', '월드워Z' 등 대작들이 북한을 주요 적대 세력으로 그렸습니다. 그러나 2014년 11월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 이후, 이러한 경향은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해킹 사건의 여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2015년, 유출된 내부 이메일을 통해 할리우드의 또 다른 불편한 진실이 드러났습니다. 바로 남녀 배우 간의 심각한 임금 격차였습니다. 2013년 개봉한 영화 '아메리칸 허슬'에서 제니퍼 로런스와 에이미 애덤스는 남성 배우들보다 2% 낮은 수익 분배율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이 폭로는 2015년 10월, 제니퍼 로런스가 공개적으로 임금 격차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로런스는 당시 연간 5200만 달러의 수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여배우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성 배우들보다 적은 출연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할리우드의 내부 문화에 대한 성찰을 촉진했습니다. 2015년 캘리포니아주에서 공정임금법이 발효된 것도 이러한 변화의 한 예입니다. 이 법은 할리우드를 포함한 모든 산업 분야에서 남녀 간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요구했습니다.


2014년의 '인터뷰' 사건부터 2015년의 임금 격차 폭로까지, 이 모든 사건들은 할리우드의 관행과 문화에 대한 재고를 요구했습니다. 북한을 비판하던 할리우드가 오히려 자신들의 내부 문제로 인해 비판받게 된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우리에게 미디어의 영향력과 그 이면의 현실을 동시에 돌아보게 만듭니다.


결국 2014년 한 편의 영화가 불러일으킨 나비효과는 2015년과 그 이후까지 할리우드,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는 우리가 비판하는 대상의 문제와 우리 내부의 문제를 동시에 성찰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며,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야 할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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