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아무도 없는 숲속에서]_침묵의숲,그 속의 울림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던지는 존재의 물음

우리는 때때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내가 보지 않는 세상은 정말 존재할까?" 이런 질문은 단순한 상상이 아닌, 철학의 한 분야인 '유아론'의 핵심입니다. 최근 화제가 된 넷플릭스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는 이 유아론적 사고를 현실의 문제와 연결시켜 우리에게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유아론은 '오직 나'를 뜻하는 'solus ipse'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철학은 세상에 오직 자신만이 실재하며, 자신 이외의 모든 것은 감각으로 받아들인 허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18세기 영국의 철학자 조지 버클리는 "존재하는 것은 지각된 것이다"라는 유명한 명제를 통해 유아론적 사고를 발전시켰습니다.

드라마의 핵심 질문인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나무가 쓰러졌다면, 소리가 났을까요?"는 바로 이 유아론적 사고에서 파생된 것입니다. 유아론의 관점에서 보면, 지각하는 주체가 없다면 그 사건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런 철학적 사고를 현실에 적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드라마는 이 철학적 질문을 현실의 윤리적 딜레마로 확장시킵니다. 주인공들이 마주하는 사건들 - 시체 훼손, 유아 납치와 살인, 노인 폭행 등 - 은 모두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발생합니다. 이는 관찰자 없는 사건의 실재성과 도덕적 책임에 대한 깊은 고민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두 주요 인물, 구상준과 전영하의 대비는 흥미롭습니다. 구상준은 사건 발생 시 잠들어 있었고, 전영하는 사건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습니다. 둘 다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니지만, 사건에 대한 그들의 대응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드라마[아무도 없는 숲속에서]_스틸컷

유아론은 철학적으로 흥미로운 주제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여러 한계를 갖습니다. 우리의 행동은 언제나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며,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세상은 계속 움직입니다. 드라마는 이런 유아론의 한계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우리의 선택과 행동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결국 드라마는 '아무도 없는' 상황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행동은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관찰되고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는 유아론적 사고와 대비되는 현실의 모습입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존재와 행동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비록 당장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 해도, 우리의 선택은 언젠가 반드시 세상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이는 우리 모두가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질문일 것입니다.

이 드라마를 더 깊이 들여다보면, 영어 제목 'The Frog'가 주는 의미를 놓칠 수 없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속담을 연상시키는 이 제목은 드라마의 또 다른 층위를 보여줍니다. 이는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야기가 아닌, 제3자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해서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드라마는 예기치 못한 사건의 여파가 우리 삶에 큰 파고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타인의 일이라고 여겼던 문제가 결국 우리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 드라마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예기치 못한 사건이 우리 인생에 나타날 수 있으며, 그것이 타인의 일처럼 보이더라도 모른 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서로의 행동에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결국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유아론적 사고의 한계를 넘어, 우리 삶의 복잡한 연결성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모두 숲속의 개구리이자 돌을 던지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이 복잡한 관계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이 드라마는 우리에게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