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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범 Sep 08. 2024

미국의 달콤한 함정: 비만의 숨겨진 원인

액상과당 혁명이 몰고 온 건강 불평등의 그림자

여러분은 혹시 왜 아시아인들이 미국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날씬한 체형을 유지하는지 궁금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이는 단순히 식습관의 차이만은 아닙니다. 실제로 아시아인들의 체질적 특성, 특히 상대적으로 작은 췌장 크기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시아인들의 췌장은 흑인이나 백인에 비해 작아서, 과도한 당 섭취 시 인슐린을 충분히 분비하지 못해 당뇨병과 같은 질병에 더 빨리 노출됩니다. 달리 말하면, 아시아인들은 과체중이 되기 전에 이미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미국인들, 특히 백인과 흑인들은 상대적으로 큰 췌장 덕분에 더 많은 당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얼핏 보면 유리한 점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당을 섭취할 수 있게 만들어 비만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됩니다. 이러한 생물학적 차이는 미국의 비만 문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


그러나 미국의 비만 문제를 단순히 체질적 특성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에는 더 복잡한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얽혀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액상과당 혁명'이라 불리는 현상이 있습니다.


1970년대, 미국의 화학자들은 옥수수에서 추출한 고과당 옥수수 시럽(HFCS)을 개발했습니다. 이 새로운 감미료는 기존의 설탕보다 훨씬 저렴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했으며, 유통 기한도 길었습니다. 미국이 세계 최대의 옥수수 생산국이라는 점, 그리고 정부의 농업 보조금 정책이 더해져 HFCS의 생산 비용은 더욱 낮아졌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식품 회사들이 기존의 천연 당을 HFCS로 대체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미국인들의 당 섭취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저소득층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는데, 이는 HFCS를 사용한 가공식품이 상대적으로 저렴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미국 사회에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을 낳았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천연 당이나 신선한 식품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저소득층은 값싼 HFCS가 포함된 가공식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인들의 체질적 특성과 맞물려 비만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인들은 더 많은 당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이것이 건강에 무해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속적인 고당분 섭취는 결국 비만, 당뇨병, 심장질환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야기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에서는 '설탕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고당분 식품에 추가 세금을 부과하여 소비를 줄이자는 것입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 시행된 결과, 고당분 음료의 소비가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찬성 측은 이것이 국민 건강을 위한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은 이것이 저소득층을 겨냥한 또 다른 형태의 차별이라고 비판합니다.


결국 미국의 비만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식습관 문제가 아니라, 생물학적 특성, 사회경제적 구조, 그리고 식품 산업의 변화가 복잡하게 얽힌 문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현대 미국 사회가 직면한 중요한 과제이며, 해결을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업, 그리고 사회 전체의 협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 사례를 통해 우리는 식품 산업의 혁신이 가져올 수 있는 예기치 못한 결과와,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려해야 할 다양한 요소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아시아인들의 체질적 특성이 오히려 과도한 당 섭취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우리의 식습관과 식품 정책에 대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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