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경계를 허문 현대음악의 걸작
음악이란 무엇일까요? 소리의 아름다운 조화일까요, 아니면 그 이상의 무언가일까요? 오늘은 이 질문에 대해 혁명적인 답변을 제시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바로 20세기 실험음악의 대가 존 케이지가 1952년에 발표한 '4분 33초'입니다.
'4분 33초'는 제목 그대로 4분 33초 동안 연주되는 곡입니다. 그런데 이 곡의 특별한 점은 연주자가 악기를 전혀 연주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피아노 연주회장에 온 관객들은 연주자가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 뚜껑을 닫고 4분 33초 동안 그저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해가 되지 않으시나요? 맞습니다. 이 곡이 처음 연주되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케이지가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깊고 의미 있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침묵'이란 것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4분 33초 동안 연주자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지만, 공연장은 결코 조용하지 않습니다. 관객들의 기침 소리, 의자 삐걱거리는 소리,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 빗소리... 이 모든 것이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케이지의 주장입니다.
https://youtu.be/FfOmvnu_rI4?si=MEus3f9Jb6Coy9c
https://youtu.be/Cpc0ID9MW_w?si=vIRiPq6Vz-g1XvLY
케이지가 이런 혁명적인 작품을 만들게 된 배경에는 그의 개인적인 경험이 있습니다. 그는 하버드 대학의 무음실에 들어갔을 때, 완전한 침묵 속에서도 두 가지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하나는 높은 소리로 자신의 신경계통이 작동하는 소리였고, 다른 하나는 낮은 소리로 혈액이 순환하는 소리였습니다. 이를 통해 케이지는 절대적인 침묵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가 살아있는 한 항상 소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4분 33초'는 단순히 침묵의 음악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귀를 열고 주변의 소리에 집중하라고 말합니다.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소리들이 얼마나 다채롭고 아름다운지 느껴보라고 초대합니다. 또한 이 작품은 '음악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작곡가가 의도한 소리만이 음악일까요? 아니면 우리 주변의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을까요?
'4분 33초'는 발표 당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를 사기라고 비난했고, 또 어떤 이들은 혁명적인 예술 작품이라고 칭송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작품의 가치는 점점 더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4분 33초'는 20세기 음악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듣는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우리는 보통 듣고 싶은 것만 골라 듣습니다. 하지만 케이지는 우리에게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이 아름다운 소리든, 불쾌한 소리든, 의미 있는 소리든, 무의미한 소리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4분 33초'는 단순한 음악 작품을 넘어 하나의 철학이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현재에 집중하고, 주변 세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예술의 경계가 무엇인지, 창작자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게 만듭니다.
다음에 콘서트홀에 가시거나, 혹은 그저 조용한 방에 앉아 있을 때, '4분 33초'를 떠올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잠시 눈을 감고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그리고 그 소리들이 만들어내는 우연한 교향곡을 감상해보세요. 그렇게 하다 보면, 여러분도 케이지가 말하고자 했던 것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세상은 항상 음악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단지 우리가 듣지 못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