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_8
영화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시대를 앞서간 작품들이 종종 눈에 띕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영화 문법 자체를 재정의하며 새로운 지평을 연 걸작이 있죠. 바로 소비에트 연방의 거장 지가 베르토프 감독이 1929년에 선보인 「카메라를 든 사나이」입니다.
이 영화는 일종의 다큐멘터리로, 당시 소비에트 연방의 일상을 담고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사람들, 바쁘게 움직이는 도시의 풍경, 그리고 일터에서 땀 흘리는 노동자들의 모습까지. 익숙한 광경이지만 베르토프는 파격적인 영화 문법으로 이를 재구성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당대 영화 기술의 결정체라 할 만합니다. 이중노출, 역재생, 슬로우 모션과 패스트 모션, 프리즈 프레임, 매치컷, 점프컷, 분할화면, 사각앵글 등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거의 모든 기법이 총동원됩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의 자랑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파격을 통해 영화란 과연 무엇인지, 그 본질을 탐구하려는 치열한 사유의 결과물이죠.
특히 이 작품은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 물음 그 자체를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영화 초반부, 관객이 객석에 앉고 스크린이 내려오며 영사기가 돌아가기 시작하는 장면은 압도적이에요. 지금 보면 다소 식상할 수 있겠지만, 영화의 메타포로서 이처럼 직접적이고도 선명한 역할을 한 작품이 또 있을까요.
물론 이 영화가 완벽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도시의 역동성을 강조하려다 보니 선전적인 느낌도 없지 않지만, 실험정신만큼은 결코 폄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영화 문법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며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카메라를 든 사나이」. 그 혁신은 지금도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도시를 배회하며 삶의 단면을 포착하는 카메라, 그리고 그것을 자유자재로 엮어내는 몽타주. 그 결합은 마치 도시 그 자체의 살아있는 유기체를 방불케 하죠. 파편화된 일상의 모습들이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이루며 생동감 넘치는 세계를 창조해냅니다. 이는 곧 영화예술의 근간이기도 합니다. 카메라 렌즈에 담긴 현실의 이미지들, 그것을 자유자재로 재구성하는 편집의 묘미. 바로 그 점에서 「카메라를 든 사나이」는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관객을 사로잡는 것이죠.
사실주의자들에게 이 영화는 다소 급진적으로 보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보기에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진리를 일깨우는 작업이었죠. 현실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는 것, 그것을 자신만의 문법으로 재구성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영화의 묘미이자 본령이 아니겠습니까. 베르토프는 바로 그 점을 꿰뚫어 보고 있었던 거장이었던 셈이죠.
이처럼 「카메라를 든 사나이」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혁신의 아이콘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영화가 과연 무엇이며 어떤 힘을 지녔는지를 질문하게 만드는 고전 중의 고전이죠. 관객은 마치 주인공처럼 카메라를 들고 영화 속을 배회하며, 영화에 대한 근원적 사유에 몰두하게 됩니다. 그것은 마치 영화 그 자체와 대화를 나누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죠. 영화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자체를 바꾸어 놓은 걸작, 「카메라를 든 사나이」.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그 거장의 도전은 지금도 우리에게 살아있는 영감을 불어넣습니다.
https://youtu.be/3GyNB4-eN1E?si=qZkLWH8cKEnOWc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