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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모던 타임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_9

by 김형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떠올려 봅니다. 끊임없는 경쟁, 기계적인 일상, 그리고 소외. 이 모든 것들은 과연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요? 영화사에는 이런 질문에 날카롭게 답하는 걸작들이 존재합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작품, 찰리 채플린의 1936년작 「모던 타임즈」입니다.

Modern_Times_poster.jpg 모던타임즈(1936)_포스터

「모던 타임즈」는 무성 영화 시대가 저물어가던 시기, 채플린이 만든 마지막 '말없는 코미디'였죠. 그러나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 때문에 웃음이 목에 걸리는 씁쓸한 작품인 것도 사실입니다. 영화는 자본주의와 산업화가 만들어낸 비인간적 삶의 단면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로 채워집니다.


작품의 첫 장면,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반복되는 주인공 찰리의 단조로운 작업. 이 유명한 시퀀스는 단숨에 영화의 주제를 관통합니다. 인간성을 상실한 채 기계의 부품이 되어가는 노동자의 비극적 초상이죠. 그 어떤 대사보다 강렬하게, 찰리는 몸짓으로 자본주의의 민낯을 폭로합니다.

1280.jpg 모던타임즈 스틸컷_기계에 의해서 소외된 인간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보여줬다

이 작품은 단순히 사회 비판에만 매몰되지 않습니다. 찰리 채플린 특유의 해학과 풍자, 그리고 유쾌한 슬랩스틱이 영화에 숨을 불어넣죠. 기계에 휘둘리다 공장에서 쫓겨나는 찰리,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새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모습에서 우리는 희망을 봅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짙은 휴머니즘, 그것이 찰리 채플린 영화의 힘이죠.


동시에 찰리는 연인 폴레트와의 사랑을 통해 또 다른 희망을 그려냅니다. 격랑의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두 사람, 먹고살기 위해 애쓰지만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은 우리 자신을 투영합니다. 삶은 고단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음을 노래하는 듯합니다.


이처럼 「모던 타임즈」는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소외와 불안을 날카롭게 꼬집으면서도, 동시에 그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한 인간의 고군분투를 따뜻하게 응원하는 작품입니다. 기계가 지배하는 삭막한 시대, 그럼에도 인간성을 지켜내려 애쓰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기도 하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찰리와 폴레트는 다시 길을 떠납니다. 그들이 가는 곳이 어딘지, 무엇을 하게 될지 아무도 모르죠.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두 연인의 모습은 우리에게 위로를 건넵니다. 우리 역시 인생이라는 여정에 함께 하고 있음을, 그 여정의 끝에선 반드시 '웃을 수' 있으리라는 메시지 말입니다.

IE001809981_STD.jpg 모던 타임즈 스틸컷_마지막 장면

거장 찰리 채플린은 「모던 타임즈」를 통해 묵직한 화두를 우리에게 던졌습니다. 기계화된 세상 속에서 소외된 개인, 그 위기의 본질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80여 년이 흐른 지금, 영화가 제기한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오히려 그 울림은 더 깊어진 듯합니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찰리의 눈망울이 묻고 있습니다. 코미디라는 장치를 통해 시대의 아픔을 날카롭게 꿰뚫어 본 걸작, 「모던 타임즈」.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그 답은 아마도 영화를 보는 각자의 마음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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