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계에 등장한 고양이 공동저자 이야기
엄격한 과학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곳은 아닙니다. 실험과 논문, 검증의 세계이니만큼 모든 것이 철저하고 엄격하게 이루어지죠. 그러나 이따금 재미있고 희한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인물, 아니, 동물입니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의 물리학 교수였던 잭 헤더링턴의 고양이 체스터가 그 주인공이죠.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유명한 개념이 있지만, 체스터는 실제로 논문에 이름을 올린 고양이로 과학계에 또 하나의 전설을 남기게 됩니다.
헤더링턴 교수는 원자 행동에 대한 논문을 작성한 뒤, 학술지에 제출하기 전에 동료에게 검토를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문제가 발견되었습니다. 논문 내내 '나' 대신 '우리'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는 공동 연구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논문은 수정이 불가피했죠. 문제는 당시에는 컴퓨터가 아닌 타자기로 논문을 작성했기 때문에, 수정을 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하는 불편함이 따랐습니다.
헤더링턴 교수는 이 불편함을 피하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그는 자신이 기르던 고양이 체스터를 공동저자로 등재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체스터는 물론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논문을 수정하지 않기 위한 일종의 타협책이었죠. 체스터의 이름은 논문에 오르고, 서명 대신 체스터의 발도장이 찍히게 됩니다. 이렇게 준비된 논문은 깔끔하게 심사를 통과해 학술지에 실리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체스터는 물리학계에서 전설적인 존재로 자리 잡았습니다. 논문이 학계에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고양이 체스터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결국 헤더링턴 교수는 사실을 밝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체스터는 과학계에서 ‘슈뢰딩거의 고양이’에 이어 또 하나의 유명한 고양이로 기록된 것입니다.
이 일화는 엄격한 과학의 세계에서도 유머와 창의성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조금의 유머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순간이 있음을 일깨워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