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천문학자의 호기심이 밝혀낸 세계적 해킹 사건

작은 발견에서 시작된 해커와의 대결

by 김형범

1986년, 캘리포니아 버클리의 국립 연구소에서 시스템 관리자로 일하던 천문학 박사 클리포드 스톨은 평소처럼 연구소 시스템의 회계 기록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천문학을 전공한 그는 주로 하늘을 관찰하며 연구에 몰두했지만, 연구소에서 컴퓨터 시스템을 관리하는 역할도 맡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눈에 띄는 사소한 발견을 하게 됩니다. 연구소 회계 기록에서 딱 1,000원이 부족하다는 사실이었죠. 다른 사람이라면 이 작은 금액 차이를 그냥 지나쳤겠지만, 클리포드는 이 작은 발견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무엇인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한 그는 그 이유를 밝히지 않고서는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이 사소한 발견은 천문학적 사고방식의 연장선에서 출발한 것이었습니다. 별의 작은 움직임에서도 우주적 비밀을 밝혀내는 천문학자로서, 이 작은 숫자 차이도 무언가 중요한 문제를 드러낼 수 있다고 본 것이죠. 그래서 그는 대학원 시절 배웠던 컴퓨터 기술을 다시 떠올리며 회계 시스템을 꼼꼼히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컴퓨터 시스템을 파헤치는 것은 그의 본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클리포드의 집요한 탐구 정신은 그를 멈추지 않게 했습니다. 결국 그는 중요한 사실을 밝혀내게 됩니다. 누군가가 연구소의 서버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제 이 사건은 단순한 금액 차이가 아닌 해킹 사건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클리포드는 이를 해킹으로 확신하고 즉시 FBI에 신고했지만, FBI는 1,000원이라는 작은 금액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그들은 "여기가 무슨 동네 파출소인 줄 알아!"라며 가벼운 사건으로 치부해버렸죠. 그러나 클리포드는 이 사건이 단순한 해킹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커가 연구소 서버를 통해 미군의 군사 시스템에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 발견은 그를 더욱 깊은 수사로 이끌었고, 그는 가짜 군사 기밀 자료를 만들어 해커를 속이는 작전을 세우게 됩니다. 마침내 해커는 이 자료를 진짜로 믿고 이를 소련으로 보내려 했고, FBI는 이제서야 이 사건이 단순한 해킹이 아닌 국가적 위기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결말은 독일인 해커 마르쿠스 헬스의 체포로 이어졌고, 클리포드 스톨의 끈질긴 호기심과 집념 덕분에 더 큰 위기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작은 발견이 결국 세계적 스캔들로 이어졌던 이 이야기는,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문제라도 깊이 파헤치면 엄청난 진실을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켜줍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백남준 어디까지 알고 있니?_6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