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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범 Oct 30. 2024

신념보다 강력한 핑계, MtoP교단

‘종교상의 이유’를 위한 새로운 선택지

어느 날, 상사에게 “종교상의 이유로 야근을 할 수 없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이 다소 엉뚱하고 실용적인 발상에서 시작된 MtoP교단은, 누구나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패러디 종교입니다. 일본의 히사노 모토히로가 창시한 이 교단은 종교적 가치를 심각하게 다루기보다는 ‘종교상의 이유’를 핑계 삼아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에게 자유와 유머를 제공합니다. MtoP교단에 가입하는 방법은 간단하게 교단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하는 것뿐이며, 복잡한 교리나 의무는 없습니다. 교주는 신자로부터 특별한 헌신을 요구하지 않으며, 오히려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하는 종교”로서 가벼운 실용성을 지향합니다.

이 교단의 가장 큰 매력은 ‘R0304 경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교리에 담겨 있습니다. 이 경전은 우리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일종의 “핑계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가령, 가족 행사에 억지로 끌려가야 할 때나, 무리하게 권유하는 자리에 참석해야 할 때, ‘종교상의 이유’를 핑계 삼아 거절할 수 있는 거죠. 또한, 원치 않는 대출 권유나 강매, 불필요한 초대에 응하지 않아도 되는 자신만의 이유를 제공해 줍니다. 사람들에게 ‘신념’보다 ‘핑계’로서 더 강력한 자유를 주는 종교라는 점에서 독특한 매력을 느끼게 합니다.


MtoP교단의 핵심 교리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각자의 상황에서 최대한 자신의 행복을 지키고자 하는 실용적인 방안으로, 일상 속 다양한 갈등과 부담을 종교적 이유로 해결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실용성은 종교가 가지는 신성함과 무겁고 전통적인 이미지를 가볍게 비틀어 현대 사회에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냅니다. 사실, MtoP교단은 일본을 넘어 한국에서도 그 인기를 얻고 있는데, 한국의 독특한 종교관과 얽혀 이 “종교상의 이유”는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MtoP교단은 종교를 통해 진지함이 아닌, 일상 속에서 흔히 겪는 부담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이는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교와 비슷한 측면이 있는데,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교가 신의 존재를 부정하며 유머와 반항을 상징했다면, MtoP교단은 “종교상의 이유”를 가장 현실적으로 활용하며 생활 속에서 소소한 자유를 찾고자 합니다. 이는 단지 웃음거리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개인의 권리를 주장하고자 하는 실용적인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이 패러디 종교는 엄격한 계율과 무거운 신앙 대신, 나 자신을 위한 작은 변명거리로 ‘종교’를 채택하는 유쾌한 반전입니다.


세 줄 요약:

1. MtoP교단은 ‘종교상의 이유’로 일상의 부담을 거절하는 패러디 종교입니다.

2. 단순한 핑계가 아닌 권리 주장으로 실용적 효과를 제공합니다.

3. 현대사회 속 새로운 방식의 자유를 찾고자 하는 시도로서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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