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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범 Oct 30. 2024

이야기의 진실성과 세계 구축: 서사의 깊이 있는 이해

H. 포터 애벗의 『서사학 강의』 11장과 12장을 중심으로

이 글은 H. 포터 애벗의 『서사학 강의』를 바탕으로 한 7부작 시리즈의 여섯 번째 글입니다. 이번에는 11장과 12장을 중심으로, 서사의 진실성과 세계 구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는 매일 다양한 이야기를 접합니다. 뉴스, 소설, 영화 등 모든 형태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진실'을 찾고자 하며, 그 이야기가 펼쳐지는 '세계'를 상상합니다. 그런데 이야기의 진실성은 어떻게 판단되며, 이야기 속 세계는 어떻게 구축되는 걸까요? 11장과 12장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흥미로운 탐구를 제공합니다.


11장은 서사와 진실의 관계에 대해 다룹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픽션'과 '논픽션'의 구분입니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는 생각보다 모호합니다. 도릿 콘은 이 둘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픽션: 스토리 ⟷ 담화

논픽션: 지시대상 ⟷ 스토리 ⟷ 담화


즉, 논픽션은 실제 세계의 지시대상을 가진다는 점에서 픽션과 다릅니다. 예를 들어, 역사서는 실제 있었던 사건을 다루지만,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사건을 다룹니다. 그러나 역사서나 전기와 같은 논픽션도 제한된 자료와 추론을 통해 재구성된다는 점에서 완전한 진실을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픽션 속에서도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허구적 진실' 또는 '보편적 진실'이라고 불렀습니다. 예를 들어,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허구의 이야기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사랑, 결혼, 사회적 압력 등에 대한 보편적 진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2장은 서사세계, 즉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에 대해 다룹니다.


전통적으로 서사 연구에서는 시간에 더 주목해 왔지만, 공간 역시 중요한 요소입니다. 바흐친의 '크로노토프(chronotope)' 개념은 시간과 공간이 서사에서 어떻게 결합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중세 기사 로맨스에서 숲은 모험과 시련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주인공의 성장을 나타내는 시간적 요소이기도 합니다.


서사에서 공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됩니다. 때로는 공간이 거의 없는 서사를 통해 오히려 공간의 중요성을 부각하기도 하고, 광활한 지리적 공간을 통해 모험의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거의 비어있는 공간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실존적 상황을 강조합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갈림길 서사'와 '서사적 메타제시'입니다. 갈림길 서사는 하나의 이야기 안에 여러 가능한 세계가 공존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서사적 메타제시는 이야기 속 세계와 그 이야기를 만드는 세계가 서로 침범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책 속 세계로 들어가 이야기의 일부가 됩니다.


이처럼 이야기의 진실성과 세계 구축은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현실을 이해하고, 동시에 현실을 통해 이야기를 해석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서사의 경합과 협상에 대해 더 깊이 탐구해 보겠습니다. 특히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이 어떻게 경쟁하고 협상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의미가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살펴볼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담론들을 더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어떻게 이야기를 통해 서로 다른 관점들을 조율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가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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