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변형과 인물의 구성: 서사의 다양한 형태 탐구
H. 포터 애벗의 『서사학 강의』 9장과 10장을 중심으로
이 글은 H. 포터 애벗의 『서사학 강의』를 바탕으로 한 7부작 시리즈의 다섯 번째 글입니다. 이번에는 9장과 10장을 중심으로, 서사의 매체 간 각색과 등장인물의 구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는 종종 좋아하는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거나, 실제 인물의 삶이 책으로 쓰이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원작의 내용이 어떻게 변형되고, 인물은 어떻게 구성되는 걸까요? 9장과 10장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흥미로운 탐구를 제공합니다.
9장은 매체 간 각색에 대해 다룹니다. 각색은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지 블루스톤은 각색을 "원작을 '파괴'하면서 바꿔 쓰는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작의 일부를 버리고, 일부를 변형하며,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게 됩니다.
각색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 중 하나는 상연 시간과 속도의 문제입니다. 소설은 독자가 원하는 속도로 읽을 수 있지만, 영화나 연극은 정해진 시간 안에 이야기를 전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 영화로 각색될 때, 800쪽에 달하는 원작의 분량을 2시간 내외의 영화로 압축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삭제되거나 압축되었고, 영화는 원작의 중간 부분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등장인물의 표현 방식입니다. 소설에서는 글로 묘사된 인물을 독자가 상상하지만, 영화나 연극에서는 배우가 그 인물을 구체적으로 표현합니다. 이는 인물에 대한 해석의 폭을 좁히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는 수많은 배우들에 의해 다양하게 해석되어 왔고, 각각의 해석은 원작 캐릭터에 새로운 면모를 더했습니다.
비유적 언어의 처리도 각색 과정에서 중요한 과제입니다. 소설에서 자주 사용되는 은유나 직유 같은 표현들을 시각적으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때로는 이러한 표현들이 대사나 내레이션으로 전달되기도 하고, 때로는 시각적 상징으로 변환되기도 합니다.
10장은 등장인물과 서사 속의 자아에 대해 다룹니다. 여기서는 몇 가지 중요한 개념들이 등장합니다.
첫째, 등장인물과 행위의 관계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위가 더 중요하다고 보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이 둘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헨리 제임스는 "등장인물은 사건의 결정체이며, 사건은 등장인물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둘째, 평면적 인물과 입체적 인물의 구분입니다. E.M. 포스터가 제안한 이 개념에 따르면, 평면적 인물은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반면, 입체적 인물은 복잡하고 다면적인 성격을 지닙니다. 예를 들어, 동화 속 악당은 대개 평면적 인물인 반면,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매우 입체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 등장인물의 '현실성'에 대한 논의가 있습니다. 허구적 인물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독자의 마음속에서 실재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는 독자의 상상력과 텍스트의 상호작용 결과입니다. 우리가 소설 속 인물에 감정이입을 하고 그들의 운명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바로 이러한 '현실성'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서전적 글쓰기에 대한 논의가 있습니다. 자서전은 자신의 삶을 서사화하는 과정에서 선택과 해석이 이루어지며, 이는 일종의 '수행'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과 루소의 『고백』은 같은 자서전적 글쓰기이지만, 매우 다른 접근 방식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개념들을 통해 우리는 서사 속 인물이 어떻게 구성되고,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서사의 진실성과 세계 구축에 대해 더 깊이 탐구해 보겠습니다. 특히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 그리고 이야기가 어떻게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살펴볼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의 '진실성'을 어떻게 판단하고, 그 이야기들이 만들어내는 '세계'를 어떻게 경험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어떻게 이야기를 통해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를 상상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고찰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