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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한국인의 소울푸드가 된 이유

맛과 역사가 어우러진 국민 고기의 이야기

by 김형범

삼겹살을 생각하면 맛있는 냄새가 먼저 떠오릅니다.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리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고소한 향은 누구에게나 군침을 돌게 합니다. 하지만 이 삼겹살이 어떻게 한국인의 소울푸드로 자리 잡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오늘날 한국인의 밥상에서 삼겹살은 단순한 고기를 넘어, 한 시대의 변화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돼지고기가 본격적으로 소비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이후입니다. 이전까지 돼지는 곡물 사료 대신 부정적인 재료를 먹으며 키워졌고, 돼지고기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한국 경제가 수출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돼지고기 생산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일본으로 돼지고기를 수출하며 삼겹살을 제외한 부위들이 주로 팔렸고, 남은 삼겹살은 국내에서 재고로 남아 있었습니다. 삼겹살은 그렇게 국내 소비자들에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며 대중화되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근로자들의 소득이 증가하고 외식 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하자, 삼겹살은 한국인의 외식 메뉴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시절 삼겹살은 냉동 상태로 두툼하게 썰려 나와 불판 위에서 쉽게 구워 먹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산이며 강이며 어디서나 구워 먹기 좋았던 삼겹살은 야외 활동의 필수 요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산림청에서 산에서의 삼겹살 구이를 금지할 정도로 한국인의 삼겹살 사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삼겹살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소고기의 가격은 오르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삼겹살이 회식 메뉴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시기에 대패삼겹살 같은 새로운 형태의 삼겹살이 등장하며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까지도 삼겹살은 특별한 날뿐 아니라 일상의 한 끼로 사랑받으며 한국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삼겹살은 단순히 고기를 넘어 한국인의 삶을 반영하는 음식입니다. 경제 상황과 사회적 변화 속에서 삼겹살은 늘 그 자리를 지키며 사람들에게 위로와 만족을 주었습니다. 한 조각의 삼겹살 속에는 구수한 맛뿐 아니라 한국인의 이야기와 정서가 담겨 있습니다. 삼겹살을 먹을 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떠올려 보세요. 그 맛은 단순한 고소함을 넘어선 특별함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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