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의 마지막 여정과 화담의 시험
전우치전_11편
전우치는 어느 날, 호주라는 땅을 보고자 예단을 마련해 화담 선생을 찾아갔다. 화담은 이미 전우치의 방문을 예견한 듯 시동에게 명령했다.
"오늘 정오에 전공(전우치)이 올 것이다. 초당을 깨끗이 정리하라."
전우치가 산문에 다다랐을 때, 송죽이 우거지고 백학이 춤을 추며 미록이 노닐고 있었다. 마치 별유천지비인간의 세계가 따로 없었다. 전우치는 시비문을 두드렸고, 동자가 나와 말했다.
"선생님이 전공이 아니십니까?"
전우치는 깜짝 놀라 물었다.
"어찌 나를 아는가?"
동자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침에 선생님께서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전우치는 기쁨에 폐백을 드리고 화담 선생을 뵙기를 청했다. 화담은 전우치를 초당으로 불러들여 빈주지례를 마친 후 따뜻하게 맞이하며 말했다.
"그대의 이름을 들은 지 오래인데, 오늘 이렇게 만나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다."
전우치는 겸손하게 몸을 낮추며 말했다.
"선생님의 명성이 천하에 자자하여 불원천리로 찾아왔습니다. 부디 저에게 가르침을 내려주소서."
화담은 고개를 저으며 겸손히 대답했다.
"내가 무슨 도학이 있겠는가? 다만, 그대의 요술이 높다고 하여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오늘 이렇게 만나게 되어 평생의 기쁨이로다."
전우치는 웃으며 고마움을 표했다. 두 사람은 하루 종일 담소를 나누었고, 화담은 시비를 시켜 술과 안주를 준비하게 했다. 화담은 벽에 칼을 꽂자, 신비롭게도 술항아리에 술이 가득 찼다. 이어서 벽에 걸린 족자를 보니, 족자 속의 선녀가 주반을 갖추어 나와 술잔을 따르기 시작했다.
전우치는 크게 놀라며 말했다.
"선생님의 신비로운 도술을 직접 보게 되어 영광입니다. 오늘 이곳이야말로 천상 세계가 아닙니까!"
화담은 웃으며 말했다.
"그대는 이 박주와 산채를 너무 높게 치는구나."
이때, 또 다른 인물이 등장했다. 그는 갈건야복을 입고 초당에 들어와 물었다.
"이 손님은 누구십니까?"
화담이 말했다.
"남서부에서 온 전공(전우치)이다."
화담은 전우치에게 소개하며 말했다.
"이분은 내 아우 용담이다. 그대와는 처음 만나는 사이이니 예를 갖추어라."
전우치는 용담을 보니, 미목이 청수하고 골격이 헌앙하여 기개와 위풍이 대단했다. 용담은 전우치에게 인사를 건네며 말했다.
"선생의 요술이 출중하다고 들었으니, 오늘 한 번 구경하고 싶습니다."
전우치는 겸손히 말했다.
"제가 어찌 도술을 보이겠습니까?"
그러나 용담이 재차 간청하자, 전우치는 시험삼아 요술을 부리기로 했다. 진언을 염하니, 용담의 머리에 쓴 관이 갑자기 쇠로 된 뿔 달린 소머리로 변해 땅에 떨어졌다. 이를 본 용담은 화를 내며 진언을 염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전우치의 갓이 돼지머리로 변해 석상 위에 떨어졌다.
전우치는 용담의 능력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 자의 능력이 범상치 않구나. 한번 겨뤄보자.'
전우치는 돼지머리를 향해 다시 진언을 염했다. 돼지머리는 순식간에 세 개의 창으로 변했다. 이에 용담도 소머리를 향해 진언을 염하니, 소머리가 큰 칼로 변했다. 창과 칼이 공중에 올라 서로 부딪히며 싸우기 시작했다.
전우치는 다시 선추(부채의 장식)를 던져 백룡과 흑룡을 만들어냈고, 용담도 부채를 던져 청룡과 적룡을 만들어냈다. 네 마리의 용이 공중에서 뒤엉켜 싸웠고, 구름과 안개가 뒤덮이며 천둥과 번개가 진동했다. 이 광경을 본 화담은 중재하기로 결심했다.
'이들이 더 싸우면 큰일이 날 것이다.'
화담은 연적을 공중으로 던지자, 모든 것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전우치는 다시 갓을 쓰고 선추를 거두었으나, 용담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선자(부채)를 걷지 않았다.
전우치는 화담에게 예를 표하며 말했다.
"오늘 선생의 초당에서 감히 요술을 부려 소란을 일으켰으니, 후일 다시 와서 사죄하겠습니다."
전우치가 떠난 후, 화담은 용담을 꾸짖었다.
"너는 청룡과 적룡을 내고 전우치는 백룡과 흑룡을 냈으니, 이는 오행의 이치에 어긋난다. 금(金)은 목(木)을 이기고, 수(水)는 화(火)를 이긴다. 어찌 전우치를 이길 수 있었겠느냐? 하물며 손님에게 경거망동하다니, 어찌 그리 경솔하단 말이냐?"
용담은 머리를 숙이며 사죄했으나, 속으로는 전우치에 대한 분노가 깊어만 갔다.
삼일 뒤, 전우치가 화담을 다시 찾아오자 화담이 말했다.
"내가 그대에게 청할 일이 하나 있네. 남해의 화산에 운수선생이 있는데, 그에게 전할 글이 있네. 그곳에 다녀오겠는가?"
전우치는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제가 바로 다녀오겠습니다."
전우치는 자신만만하게 해동청으로 변해 날아갔으나, 하늘에 그물이 펼쳐져 있어 아무리 날아도 넘을 수 없었다. 그물은 전우치가 높이 날수록 함께 높아졌고, 좌우로 피하려 해도 그물이 끝없이 펼쳐졌다. 전우치는 십여 일 동안 그물에 갇혀 고생하다가, 결국 화담의 초당으로 돌아와 고백했다.
"선생님, 제가 해중에 다녀오려 했으나 그물에 막혀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화담이 냉소하며 말했다.
"그대는 산문을 떠나지 않겠다고 큰소리쳤으니, 이제 그 말을 지키는 것이 어떠한가?"
전우치는 부끄러워 달아나려 했지만, 화담이 삵으로 변해 그를 쫓았다. 전우치는 보라매로 변해 도망쳤으나, 화담은 청사자가 되어 그를 덮쳤다. 화담이 말했다.
"너는 기군망상하여 요술로 세상을 혼란에 빠뜨렸으니 죽어 마땅하다!"
전우치는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선생님, 저에게도 노모가 있습니다. 부디 잔명을 구하여 주십시오."
화담은 그의 간절한 모습을 보고 말했다.
"내 이번만은 살려주마. 그대는 집으로 돌아가 노모를 봉양하라. 노모가 돌아가신 후에는 영주산에 들어가 선도를 닦으라."
전우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선생님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전우치는 집으로 돌아가 요술을 부리지 않고 노모를 봉양하며 살았다. 시간이 흘러 노모가 세상을 떠나자, 전우치는 어머니를 예를 갖춰 장례 지내고 3년상을 마쳤다.
어느 날, 화담이 찾아와 말했다.
"그대의 시간이 다 되었구나. 함께 영주산으로 가서 선도를 닦자."
전우치는 화담의 손을 잡고 구름을 타고 영주산으로 향했다.
그 후 전우치의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