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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의 구출과 강림도령의 경고

전우치전_10편

by 김형범

전우치는 정씨의 절개를 지키기 위해 교묘한 계략을 펼쳤다. 정씨는 과거 남편을 잃고 홀로 된 후, 어머니와 함께 외롭게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정씨의 방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구름 속에서 홍포에 옥대를 두른 선관이 내려와 외쳤다.


"문선랑이여! 옥제의 명령에 따라 천상 요지의 반도연에 참여하라!"


정씨는 놀라며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급히 향을 피우고 예를 갖추며 말했다.


"이 얼마나 큰 복인가. 어서 천상으로 올라가 옥제의 명을 따르도록 하여라."


정씨는 선관의 부름을 받들어 절을 올렸다. 그 순간, 선관이 손에 든 호리병을 꺼내 향기로운 술을 권했다. 정씨가 그 술을 마시자 정신이 아득해졌고, 그 틈에 전우치는 그녀를 구름에 싸서 공중으로 올랐다. 정씨의 어머니는 공중을 향해 무수히 절을 올리며 딸의 복을 기원했다.


전우치가 구름 속으로 정씨를 데리고 공중을 날아가던 중, 갑자기 검은 기운이 공중에 드리우며 전우치의 요술이 풀렸다. 전우치와 정씨는 공중에서 떨어져 땅에 내리꽂혔다. 그 순간, 한 거지 소년이 나타나 외쳤다.


"전우치, 너의 요술이 날로 교활하구나! 열녀의 절개를 꺾고 하늘을 속이려 하다니, 하늘이 어찌 이를 보고만 있겠느냐? 옥제가 나에게 너를 처단하라 명하셨으니 원망하지 말라!"


전우치는 대노하여 허리에 찬 칼을 뽑아 거지 소년을 베려 했다. 그러나 그 칼이 순식간에 백호로 변해 전우치에게 덤벼들었다. 전우치는 깜짝 놀라 피하려 했지만, 발이 땅에 붙어 움직이지 못했다. 변신술을 쓰려 했으나, 이번에는 요술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전우치는 대경실색하여 소년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남루한 옷차림의 소년이었지만 그 도술이 비범했기 때문이다. 그는 몸을 낮추며 간절히 빌었다.


"소생의 죄는 만 번 죽어 마땅합니다. 하지만 집에 노모가 계셔서 봉양할 길이 없어 부득이 요술을 부렸습니다. 또한, 병든 벗을 살리기 위해 정씨를 데려가려 했을 뿐이니,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거지 소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는 강림도령이다. 네가 하지 않아도 이미 너의 모든 일을 알고 있었다. 원래는 너를 죽여야 하나, 네 노모의 사정을 생각해 이번만은 살려주겠다. 다만 조건이 하나 있다."


전우치는 몸을 더욱 낮추며 물었다.


"부디 그 조건을 말씀해 주십시오. 무슨 일이든 따르겠습니다."


강림도령은 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씨를 제자리로 돌려보내고, 그녀를 대신할 사람을 데려와라. 그 사람은 부모 없이 외롭게 자랐고, 그 마음이 어질며 성도 정씨다. 나이는 삼팔(38)이고, 이미 그녀의 운명이 정해져 있다. 만일 내 말을 어기면 큰 화가 너에게 미칠 것이다."


전우치는 머리를 조아리며 물었다.


"부디 강림도령의 존함을 알고 싶습니다."


강림도령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나는 강림도령이다. 세상을 희롱하고 다니는 자일 뿐이다."


그는 전우치의 몸에 걸렸던 모든 결계를 풀어주었다. 전우치는 즉시 정씨를 데리고 정씨의 집으로 돌아갔다. 공중에서 정씨의 어머니를 향해 외쳤다.


"옥제의 명을 받고 문선랑을 천상으로 데려갔으나, 상제께서 말씀하시기를 '문선랑의 죄가 아직 다 씻기지 않았다' 하시어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려보냅니다. 부디 딸의 마음을 선하게 닦으시길 바랍니다."


전우치는 정씨에게 향약을 먹여 깨어나게 했다. 정씨는 정신을 차리고 어머니와 부둥켜안고 울었다.

전우치는 강림도령의 명에 따라 정씨를 대신할 여인을 찾았다. 그는 다시 강림도령을 찾아가 어디서 그녀를 찾을 수 있는지 물었다. 강림도령은 환형단(모습을 바꾸게 하는 약)을 주며 여인이 사는 집을 알려주었다.

전우치는 가르쳐준 집을 찾아갔다. 그 집은 한 칸짜리 초가집으로 퇴락한 상태였다. 그 안에 여인이 홀로 앉아 한숨을 쉬고 있었다. 전우치는 그녀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낭자의 외로움과 고단함을 이미 알고 있소. 낭자의 나이가 삼칠(38)이 넘었으나 아직 출가하지 못해 홀로 지내는 모습이 가련하기 짝이 없소. 나와 함께 가서 새로운 인연을 맺는 것이 어떻소?"


여인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전우치는 환형단을 그녀에게 먹이고 물을 뿜어 진언을 염송했다. 순간, 그녀의 모습이 정씨의 모습으로 변했다. 전우치는 그 여인을 보자기로 싸서 구름을 타고 양봉안의 집으로 데려갔다.

전우치는 양봉안의 집에 여인을 내려놓고 양봉안에게 말했다.


"정녀는 그 절개가 워낙 높아 감히 가까이할 수 없었소.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오. 이번에 정씨보다 더 고운 미인을 데려왔소."


양봉안은 그 말을 믿지 않고 탄식했다.


"형님, 정씨 같은 미인을 본 적이 없소. 차라리 농담하지 마시오."


전우치는 단호히 말했다.


"내가 어찌 병자를 두고 희롱하겠소? 이제 외당에 두었으니 가서 직접 보시오."


양봉안은 반신반의하며 외당으로 나가보았다. 그곳에 한 미인이 소복을 입고 단정히 앉아 있었다. 그 미인은 마치 가을 밤하늘의 밝은 달과 같고, 별처럼 빛나는 눈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천하의 미색이라 할 만큼 아름다웠다.

양봉안은 그녀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 모습은 오매불망 바라던 정씨의 얼굴이 아니더냐!"


양봉안의 병은 순식간에 나아갔다. 그는 그녀와 함께 술잔을 나누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기쁨에 겨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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