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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걸까요, 게으른 걸까요

번아웃과 무기력, 그리고 게으름의 경계를 찾아서

by 김형범

어느 날 아침, 알람 소리에 눈을 떴지만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가 어려웠습니다.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도무지 손을 뻗을 의욕이 나지 않았습니다. 혹시 제가 게을러진 것일까요? 아니면 그동안 너무 무리하여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일까요? 이 질문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분들이 한 번쯤 고민해보셨을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흔히 의욕이 없는 상태를 '게으름'이라고 단정 짓지만, 사실 우리가 경험하는 무기력함은 번아웃이나 에너지 소진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번아웃은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열정을 다해 달려왔지만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지점에 이르면 모든 것이 귀찮고 무의미하게 느껴집니다. 이때는 아무리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예전에는 즐겁던 일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반면, 무기력은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된 상태라기보다 남아 있는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어떤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따라주지 않고, 집중도 되지 않습니다. 해야 할 일이 쌓여 있지만 손을 대지 못하고 자꾸 다른 일을 하게 됩니다. 무기력은 번아웃에서 비롯될 수도 있으며, 특별한 원인 없이도 찾아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답답함을 동반합니다.


그렇다면 게으름은 무엇일까요? 게으름은 단순히 일을 미루고 싶어 하거나, 해야 할 일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에너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쓰기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집안일을 해야 하지만 '조금만 더 쉬고 해야지' 하며 미루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때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으며, 주어진 선택지에서 보다 편한 쪽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번아웃과 무기력, 그리고 게으름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그 원인과 해결 방법은 전혀 다릅니다. 번아웃에 빠졌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한 휴식입니다. 단순한 휴가가 아니라, 심리적 거리 두기와 완전한 재충전이 필요합니다. 무기력할 때는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쉬운 일부터 시작해 성취감을 쌓아가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게으름을 극복하려면 스스로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고, 실천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번아웃 상태인데도 스스로를 게으르다고 자책하면 오히려 회복을 더디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단순한 게으름을 번아웃으로 착각하면 스스로를 불필요하게 방어하며 할 일을 미루게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때로 쉬어야 하고, 때로는 다시 움직여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상태를 올바르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찾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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