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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들을 낳으면 달라지는 이유

태아와 모체의 신비로운 연결

by 김형범

사람들은 흔히 부모가 자식을 키우면서 변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머니가 아이를 낳고 나서 성격이 변하거나, 강인해졌다거나, 어떤 면에서는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심리적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수준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과학자들은 임신을 통해 태아와 어머니가 신체적으로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심지어 태아의 세포가 어머니의 몸속에 남아 어머니를 변화시킨다고 설명합니다.


임신 기간 동안 태아의 세포는 태반을 통해 어머니의 혈류로 유입됩니다. 이를 태아-모체 미세키메라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미세키메라는 서로 다른 유전적 구성을 가진 두 개체의 세포가 하나의 생명체 안에서 공존하는 현상을 뜻하는데, 이 과정에서 태아의 일부 세포가 어머니의 몸속에 남아 다양한 장기에 자리 잡게 됩니다. 특히 남자아이를 임신한 어머니의 경우, Y 염색체를 가진 태아의 세포가 어머니의 혈액과 조직을 통해 퍼지면서 신체적, 정서적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자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몸속을 떠돌던 태아의 세포는 간, 폐, 심장, 심지어 뇌까지 침투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뇌에 정착한 태아 세포는 어머니의 행동이나 감정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남자아이를 출산한 어머니가 이전보다 결단력 있고 강인해 보이는 경향이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한 사회적 역할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생물학적 수준에서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신체적 영향에 그치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아이를 향한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태아의 세포가 어머니의 몸속에서 살아남아 일정 기간 유지된다는 사실은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후에도 어머니와의 연결이 지속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와 같은 생물학적 유대감이 어머니가 자녀를 향한 헌신과 희생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만드는 데 기여할지도 모릅니다.


과학자들은 이 현상이 단순히 한 세대에 걸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몸에 남은 태아의 세포가 다음 임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즉, 이전에 출산한 자녀의 세포가 어머니의 몸속에서 살아남아 이후 태어난 동생의 발달에도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가족 간의 유대감이 단순한 감정적 연결을 넘어 신체적으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결국, 어머니가 아이를 낳고 변하는 것은 단순한 심리적 경험이나 사회적 역할 때문만이 아닙니다. 생물학적 수준에서 태아와 어머니는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어머니의 몸속에 남은 아이의 세포는 오랜 시간 동안 그녀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신비로운 연결은 어머니와 자녀 사이의 관계를 더욱 특별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을 당연하게 여기기보다 더 깊이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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