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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미키 17』(2025)

1부-미키 17과 미키 18, 인간은 누구인가?

by 김형범

『미키 17』을 관람한 직후에는 특별히 강렬한 감정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영화가 던진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마치 슴슴한 평양냉면을 먹고 난 뒤, 미묘한 맛이 서서히 되새겨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즉각적인 자극을 주기보다는 조용히 스며들어 생각을 지속하게 만듭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SF 장르로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이 점점 더 분명해졌습니다.


이 에세이에서는 『미키 17』이 던지는 여러 가지 질문 중 가장 본질적인 것부터 탐구하고자 합니다. 바로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우리는 후회를 반복하는 존재인가, 아니면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변화할 수 있는 존재인가? 이 질문을 중심으로 영화 속 두 가지 자아, 미키 17과 미키 18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후회를 반복하는 인간 vs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인간

『미키 17』은 두 개의 자아, 즉 미키 17과 미키 18의 대비를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미키 17은 끊임없이 후회하고 망설이는 인간입니다. 그는 선택을 앞두고 고민하지만, 결국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후회를 안고 살아갑니다. 반면 미키 18은 극단적인 선택을 주저 없이 실행하는 존재입니다. 그는 더 이상 후회하지 않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면 과격한 방법도 서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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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두 존재의 대비는 인간 본성과도 연결됩니다. 사람은 때때로 미키 17처럼 후회하며 살아가지만, 반면 미키 18처럼 단호한 결정을 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회적 규범과 도덕적 기준으로 인해 미키 18의 모습을 감추고 살아갑니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 모두는 내면에 미키 18을 품고 있지만, 사회적 역할 속에서는 미키 17처럼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안전한 선택을 하고, 후회를 반복하며, 변화보다 익숙한 길을 걷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미키 18이 완전히 잘못된 방식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요? 때때로 극단적인 선택이 필요한 순간도 존재하며, 미키 18의 행동은 한편으로는 용기와 결단력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미키 17은 후회를 반복하지만, 그 후회를 통해 성장하기도 합니다. 그는 처음에는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무력하게 행동하지만, 결국 중요한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면서 변화합니다. 그의 성장은 단순히 극단적인 행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후회를 극복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인간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후회 속에 머무르며 정체되는 것일까요?


영화 속에서 미키 18은 미키 17이 가지지 못한 과감함과 결단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항상 긍정적인 방식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보다 실용적이고 즉각적인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도덕적 갈등을 외면하기도 합니다. 반면, 미키 17은 고민하고 후회하면서도 결국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어 선택을 내립니다. 즉, 두 캐릭터는 상반된 존재이지만, 결국 둘 다 인간의 일부라는 점에서 공존하는 가치관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미키 17』은 인간이 후회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극단적 행동이 때때로 필요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옳은 선택이 아닐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영화가 단순한 SF적 배경을 넘어,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크고 작은 선택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 선택들은 때때로 후회로 돌아오고, 때로는 우리를 성장시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후회를 받아들이며 살아야 할까요, 아니면 후회 없는 삶을 위해 미키 18처럼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 할까요? 그리고 후회 없는 삶이라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미키 17』은 이러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 우리는 정말 후회 속에서만 살아야 할까요, 아니면 미키 18처럼 단호한 선택을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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