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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승]을 보고...

나는 아직도 1승을 꿈꾼다

by 김형범

오늘 나는 영화 '1승'을 보았다.


배구라는 스포츠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 장면과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출은 훌륭했다. 디테일이 살아 있다. 얼마나 많은 취재를 하고 이야기에 녹아내려고 노력을 하였을까를 생각하게 되는 장면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단점은 그것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흐릿했고, 갈등과 감정의 고조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많은 감정이 대사로만 처리되었고, 캐릭터들의 내면이 깊이 있게 그려지지 않아 몰입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승'이라는 영화가 가진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이기는 것이 당연한 사람들에게 단 한 번의 패배는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밑바닥에도 사람들은 산다. 단 한 번의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사람들에게 삶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우리는 실패를 경험하면서도 계속 살아가고, 결국 작은 승리를 위해 도전하며 나아간다.


신연식 감독도 그러했을 것이다. 그는 2005년에 단편 '좋은 배우'를 만들었고, 2010년에는 '페어러브'를 연출했다. 끊임없이 영화를 만들었지만 상업영화 감독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1승'은 어쩌면 그가 오랜 시간 노력한 끝에 얻은 값진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나도 한때 영화를 만들었다. 2004년, 나는 단편 '삼십연'을 만들어 서울독립영화제에 출품했다. 신연식 감독은 다음해에 같은 영화제에 출품을 하였고 상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2009년에는 독립장편영화 시나리오로 제작지원을 받아 영화를 찍었다. 색보정을 하러 DI실에 들어갔을 때 부산영화제에 출품이 확정된 '페어러브'를 잠깐이지만은 스쳐봤던 기억이 있다. 나도 1승을 하려고 무던히 노력했었다. 마치 1승을 꿈꾸는 핑크스톰처럼 말이다. 각종 영화제에도 출품신청을 했었지만 그 이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영화 한 편을 만들었다고 해서 내 삶이 바뀌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이야기꾼이 되기를 꿈꾼다. 지금은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이야기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란다.


'1승'은 내게 씁쓸한 아쉬움을 남기면서도 나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였다. 완벽하지 않은 만듦새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 안에 남았다. 언젠가 나도 나만의 '1승'을 기록할 날이 오길 바라며, 오늘도 나는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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