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놓친 통역인 대신 교도관이 나섰다
2011년 대한민국 법정에서 전대미문의 상황이 벌어졌다. 우리 해군이 아덴만 여명 작전으로 소말리아 해적을 생포해 국내로 데려왔지만, 막상 재판을 열자 예상치 못한 난관이 등장했다. 해적들이 사용하는 소말리아어를 한국에서 할 줄 아는 사람이 전무했던 것이다. 결국 어렵게 한 호주 선교사를 섭외했지만, 그는 한국어를 전혀 몰랐다. 결국 재판은 한국어에서 영어, 영어에서 소말리아어로 이어지는 이중 통역 방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통역인이 재판 당일 KTX를 놓치면서 법정은 난장판이 됐다.
재판이 계속 지연되던 중, 갑자기 한 교도관이 해적들에게 말을 걸었다. 모두가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해적들은 "오케이, 오케이"를 연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광경을 본 재판장은 물론 법정에 있던 모든 사람이 놀랐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묻자, 이 교도관은 해적들을 관리하기 위해 직접 소말리아어를 공부했다고 답했다.
사실 그는 이 해적들이 한국에 송환된 이후 담당자로 배정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과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손짓발짓으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었고, 그렇다고 영어가 통하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그는 직접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매일같이 영어-소말리아어 사전을 뒤적이며 기본적인 단어부터 익혔다. "밥 먹었어?" 같은 단순한 표현부터 시작해 점차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해졌고, 해적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게 되었다.
그렇게 몇 달을 독학한 끝에, 그는 해적들과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그걸 법정에서 사용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KTX를 놓친 통역인 때문에 재판이 지연되자, 그는 본능적으로 해적들에게 말을 걸었고, 뜻밖에도 그들의 반응이 왔다. 이를 지켜보던 재판장은 즉석에서 기존 통역인을 해고하고, 교도관을 통역사로 임명했다.
이후 재판은 교도관의 통역으로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갑작스러운 역할 전환에 긴장했을 법도 하지만, 그는 차분하게 해적들의 말을 전달하며 재판을 이끌었다. 예상치 못한 통역사 등장이 없었다면, 재판은 훨씬 더 오래 지연되었을지도 모른다.
이 사건은 이후에도 법조계에서 화제가 되었다. "교도관이 통역을 대신했다"는 이야기는 곧 입소문이 났고, 법정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전설처럼 회자되었다. 당시 재판을 참관했던 사람들은 "진짜 영화 같은 순간이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대한민국 최초로 열린 소말리아 해적 재판은 초유의 통역 소동 끝에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법정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는 경우는 많지만, KTX를 놓친 통역인의 빈자리를 교도관이 채운 경우는 아마 이 사건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