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있던 인터넷은 죽었을까

‘죽은 인터넷 이론’이 말하는 기묘한 온라인의 풍경

by 김형범

인터넷은 더 이상 사람들만의 공간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많은 온라인 콘텐츠가 사실은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만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처음엔 농담처럼 들리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왠지 모를 이질감이 퍼져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전과는 다른 댓글 분위기, 똑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블로그 글, 유사한 영상이 끝없이 재생되는 유튜브 알고리즘.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하나의 이론이 바로 ‘죽은 인터넷 이론’입니다.


이 이론은 인터넷의 상당 부분이 더 이상 살아 있는 인간 사용자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과 자동화된 봇들에 의해 채워지고 있다는 가설입니다. 특히 2016년 이후로 이 현상이 심화되었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서 인간적인 감정이 느껴지는 대화보다는, 기계적으로 복사한 듯한 문장들이 늘어났고, 논리보다는 노출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콘텐츠가 넘쳐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모든 변화가 단순한 기술 발달 때문인지, 아니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콘텐츠 공장의 산물인지 혼란스러워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죽은 인터넷 이론의 핵심은 하나입니다. 지금 인터넷에 떠다니는 수많은 글과 영상, 댓글 중 적지 않은 양이 실존하는 누군가가 아니라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생성해낸 것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주장하는 이들은 사람들이 직접 쓰는 콘텐츠는 점점 사라지고, 대신 기업과 기관, 혹은 특정 세력이 만든 자동화된 콘텐츠가 이를 대체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목적은 다양하다고 합니다.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제품을 팔기 위한 마케팅일 수도 있으며, 혹은 단순히 검색엔진을 속여 수익을 얻기 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인터넷에서의 봇 활동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습니다. 뉴스 댓글에 자동으로 달리는 정치 선동, 쇼핑몰 후기의 알바성 평가, 검색어 조작 등은 이미 익숙한 풍경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그 수준이 눈에 띄게 정교해졌습니다. 자연스러운 문장, 감정까지 모방한 댓글, 심지어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SNS 계정까지 등장했습니다. 어느 순간, 우리는 그게 사람이 쓴 것인지 프로그램이 쓴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세상에 들어와 버린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죽은 인터넷'이라는 말은 단순한 과장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다고 믿고 있었지만, 그 반응이 진짜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는 지금 어디에서, 누구와 소통하고 있는 걸까요. 더불어 이런 가짜 정보들이 쌓이고, 그것을 기반으로 알고리즘이 다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면, 우리는 점점 현실과는 동떨어진 가짜의 바다 속에서 방향을 잃어갈 수도 있습니다.


이 이론이 진실인지, 과장된 음모론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배경입니다. 예전보다 훨씬 더 상업화되고, 자동화된 인터넷 환경에서 사람들은 ‘진짜’를 찾기 어려워졌고, 자신이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이 낯선 기분은 단순히 향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인터넷의 풍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인터넷은 인간의 연결을 꿈꾸며 시작됐지만, 지금은 사람보다 기계가 더 말을 많이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은 단지 감성이 아니라, 서로를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진짜 연결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이 이론의 진위 여부를 떠나, 지금의 온라인 공간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볼 필요는 분명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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