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비서, 모두의 창의성

멀티모달 AI 시대의 일하는 방식

by 김형범

우리는 이제 말 한마디로 회의를 정리하고, 낙서 한 장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며, 질문 하나로 보고서를 완성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오직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러한 능력을 가졌습니다. 기업의 오너, 고위 임원, 예술가나 과학자들은 비서, 전략가, 리서처,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며 자신의 사고를 확장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손에 쥔 스마트폰 하나만으로도, 멀티모달 AI라는 존재와 함께 그런 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이전의 기술은 우리에게 ‘자동화’를 주었지만, 오늘날의 AI는 ‘확장’을 가능하게 합니다. 특히 멀티모달 AI는 텍스트, 음성, 이미지, 코드 등 다양한 형식의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생성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한 사람의 아이디어를 마치 다섯 명의 팀원이 붙은 것처럼 풍부하게 펼쳐냅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목소리’라는 인터페이스의 변화입니다. 손가락으로 입력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말로 일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목소리는 우리의 생각이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을 때도 흘러나옵니다. 그것은 즉흥적이고 감정적이며 맥락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AI는 그 흐름을 포착해 정리하고 확장하며, 다시 사용자에게 새로운 질문과 제안을 던집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편리함의 차원이 아닙니다. 그것은 일의 방식 자체를 재구성하는 근본적인 전환입니다. 과거에는 “무엇을 말할지”를 고민하며 생각을 정리한 뒤에야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말하며 생각하고, 그 말이 다시 정리되어 되돌아오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연결이 생겨납니다. 일과 사고, 입력과 출력, 기획과 실행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이 기술이 더 이상 ‘기술자만의 도구’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비전문가일수록, 더 자연스럽게 자신의 일과 창의적 활동에 AI를 접목시키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훈련의 문제를 넘어서, AI를 '어떻게 대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AI를 검색창처럼 사용하면 기계적인 응답만 돌아옵니다. 그러나 AI를 동료이자 대화 파트너로 대하면, 그 가능성은 놀라울 만큼 확장됩니다.


결국, 멀티모달 AI는 우리 모두에게 ‘창의성의 파트너’를 제공합니다. 누구나 이제 생각을 정리해주는 조력자, 대안을 제시해주는 전략가, 아이디어를 확장시켜주는 디자이너와 함께 일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권력의 민주화가 아니라, 창의성의 민주화입니다. 오직 몇몇 사람만이 누리던 ‘사고의 여유’와 ‘표현의 풍요로움’을 이제는 모두가 누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나는 기술을 잘 몰라서”라는 말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얼마나 잘 다루는가가 아니라, 기술과 어떻게 대화하고 협업할 수 있는가입니다. AI와 함께 말하고, 생각하고, 만들어가는 그 순간, 우리는 모두가 자기만의 ‘비서’를 가진 사람처럼, 창의적인 존재로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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