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데몬헌터스》가 보여주는 무속과 대중문화의 연결

춤추는 무당, 노래하는 아이돌

by 김형범

“무당 팔자가 연예인 팔자다.” 한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런 말이 전해 내려온다. 처음 들으면 농담 같지만, 그 안에는 생각보다 깊은 문화적 통찰이 담겨 있다. 굿을 벌이며 사람들의 고통을 달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대신 울어주며 노래하고 춤추는 무당의 모습은 예로부터 우리 사회의 정서적 해소를 담당해 왔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이 오래된 이미지를 오늘날의 K팝 아이돌과 결합해, 무속과 대중문화가 맞닿은 지점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https://youtu.be/t_mWMGkWm_c?si=ARWD3PVNp-bggFfY


무속은 그 자체로 공연이었다. 마을의 대소사를 해결하기 위해 무당은 북을 치고 장단을 맞추며 노래하고 춤췄다. 여기에 화려한 의상과 분장이 더해지고, 관객이라 할 수 있는 마을 사람들은 그 무대에 동참했다. 굿은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공동체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집단적 공감의 장이었다. 슬픔을 해소하고 억울함을 풀어주는 ‘해원(解怨)’이라는 목표는, 단순한 주술이나 퇴마를 넘어 정서적 위무에 가까운 것이었다. 실제로 무속 연구자 조현우는 『무속의 미학과 실천』에서 “굿은 무당만의 영역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호흡하고 정서를 공유하는 종합적 공연 예술이다”라고 정의한 바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이 전통적인 무속의 틀을 현대적으로 해석해낸다. 작품 속 헌트릭스는 혼문을 통해 악귀의 침입을 막는다. 그런데 이 혼문은 아이돌 공연을 통해, 팬들의 공감과 환호를 통해 완성된다. 다시 말해, 관객의 정서적 에너지와 집단적인 유대가 세계를 지키는 힘이 되는 것이다. 이는 굿을 통해 마을의 안녕을 도모했던 무속적 구조와 닮아 있다. 무당이 신과 사람을 잇는 매개자였다면, 아이돌은 인간과 인간을 잇는 정서의 통로가 된다. 이와 관련해 문화인류학자 이경란은 “대중문화 속에서 무속은 낯선 요소가 아니라,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며 살아 있는 문화 코드”라고 분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역할이 여성 캐릭터들에 의해 수행된다는 것이다. 굿의 주체였던 무당이 대체로 여성이었듯, 헌트릭스의 구성원들도 여성 아이돌이다. 그들은 단순히 싸우는 전사가 아니라, 노래하고 춤추며 사람들의 정서를 끌어안는 존재로 묘사된다. 공연은 퇴마의 도구이자 치유의 매개다. 이로써 작품은 여성 서사의 힘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로 여성과 무속의 관계를 조명한 김은영의 논문에서는 “무속은 여성의 목소리가 억압된 사회에서 감정의 발화 통로로 작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무당과 아이돌. 한쪽은 전통이고, 다른 한쪽은 가장 현대적인 대중문화의 상징이다. 그러나 이 둘의 근본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타인의 감정을 자신 안에 받아들이고, 그것을 예술로 표출해냄으로써 공동체 안에서 위로의 역할을 해낸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바로 이 점에서 전통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재해석하고 이어가는 문화적 순환의 사례가 된다.


전통은 낡고 과거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무속은 지금도 살아 있다. 다만, 더 많은 이에게 닿기 위해 그 형식을 바꾸었을 뿐이다. 무대를 바꾼 오늘의 무당, 아이돌은 그 이름으로 오늘도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해원을 이끌어낸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그 과정을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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