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아이돌의 정체성과 그 이중성

아이돌은 어떤 존재일까?

by 김형범

아이돌은 누구인가? 팬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존재일까, 아니면 시장 논리에 의해 만들어진 기업의 상품일까. 이 질문은 단지 현실의 K팝 산업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이 질문을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통해 더욱 극적으로 드러낸다. 작품 속 헌트릭스와 사자 보이즈는 악귀와 퇴마사의 전통적인 구도를 갖고 있지만, 동시에 아이돌이라는 정체성 안에서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 존재로 그려진다.


헌트릭스는 팬들의 사랑과 지지를 통해 '혼문'을 완성시키는 존재다. 그들은 단순한 퍼포머가 아니라, 노래와 춤을 통해 사람들의 정서를 치유하고 유대를 만들어내는 주체이다. 이는 팬덤과 아이돌 사이에 형성된 정서적 연결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장치다. 실제로도 많은 팬들이 아이돌을 통해 위로를 받고, 정체성을 재확인하며, 소속감을 느낀다. 이때 아이돌은 단순한 연예인이 아니라, 일종의 '정서적 영웅'이자 신화적 존재가 된다.


하지만 동시에 아이돌은 철저히 기획된 상품이다. 외모, 성격, 서사, 데뷔 전략, 굿즈까지 모두 정밀하게 설계된 콘텐츠로 구성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혼문이라는 설정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팬들의 소비 행위'에 의해 에너지가 축적되고 강화되는 구조다. 이는 현실에서 음원 스트리밍, 앨범 구매, 유튜브 조회수, 트위터 해시태그 등으로 상징되는 '팬의 소비 활동'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처럼 아이돌은 '팬덤의 신'이자 '자본의 상품'이라는 두 얼굴을 동시에 갖고 있다. 헌트릭스는 사람들의 혼을 지키는 존재이면서도, 그 힘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연하고 시상식에서 우승을 거머쥐어야 하는 운명을 지닌다. 사자 보이즈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인간의 영혼을 빼앗는 악귀지만, 동시에 팬들에게 매혹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진정한 스타가 되기를 욕망한다.


이 이중성은 단순히 '모순'이라기보다는 현대 아이돌 산업의 본질에 가깝다. 감정과 돈, 진정성과 전략, 예술성과 상업성은 분리되지 않는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이 모호한 경계를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 안에서 시각화하면서,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관객에게 던진다. 우리는 무엇에 감동하고, 무엇을 소비하고 있으며, 그 사이에서 아이돌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결국 이 작품은 말한다. 아이돌은 신이 아니고, 상품만도 아니다. 그들은 우리 감정의 거울이며, 우리가 만들어낸 이상향의 형상이다. 그들을 통해 위로받는 것도, 그들을 과도하게 소유하려는 것도 모두 우리 자신을 향한 이야기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그 진실을, 판타지의 옷을 입혀 말없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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