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 한 잔, 여름을 견디는 방식

유사과학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by 김형범

올여름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날이 뜨겁고 습한 날씨는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을 피곤하게 만들고, 평소 즐기던 음식조차 입에 잘 붙지 않습니다. 찬물이나 냉커피로 속을 달래보지만, 갈수록 더부룩한 느낌은 가시지 않고 오히려 배가 되는 듯합니다. 이처럼 무더위에 지칠수록 사람들은 몸을 회복시켜 줄 무언가를 찾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동의보감에도 쓰여 있을 만큼 오래도록 전해 내려온, 물 한 잔의 지혜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물의 이름은 음양탕입니다. 겉보기엔 그냥 맹물 한 잔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흥미로운 전통과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먼저 뜨거운 물을 컵에 절반쯤 따르고, 그 위에 찬물을 천천히 부어 완성합니다. 중요한 건 절대 저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따로 섞지 않아야 물 안에서 자연스러운 대류가 생기고, 이 흐름이 신체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믿는 것입니다. 이 물을 마시면 소화가 잘 되고, 몸이 정화되며, 심지어 체중 조절이나 노화 방지에도 효과가 있다는 말도 따라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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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으로 보면 다소 설득력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뜨거운 물과 찬물이 만날 때의 물리적 변화가 건강에 어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는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효과가 거의 없는 유사과학에 가까울지도 모르지만, 미지근한 물을 마시는 것이 몸에 좋은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특히 공복 상태에서 적당한 온도의 물을 마시면 위에 부담을 주지 않고 수분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어 아침 건강 습관으로 권장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런 유사과학적인 건강법이 반드시 해롭지만은 않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아무런 부작용 없이 일상에 쉽게 스며들 수 있고, 건강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켜주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무작정 믿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해버릴 일도 아닙니다. 중요한 건 그 정보가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실천되고 있는가입니다.


게다가 음양탕은 비용도 들지 않고, 실천 방법도 어렵지 않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필요한 건 뜨거운 물과 찬물, 그리고 붓는 순서에 대한 약간의 주의뿐입니다. 복잡한 건강보조식품이나 기계 없이도 지금 당장 따라 할 수 있다는 점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과 ‘따라 해봤더니 좋더라’는 후기들은 그런 확신에 힘을 더합니다.


사실 음양탕이 건강에 미치는 효과는 각자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그저 맹물일 수 있고, 어떤 이에게는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이자 스스로를 돌보는 습관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 맹물 한 잔이 몸을 위한 행동이자, 마음을 다독이는 행위로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뭔가를 스스로 해냈다는 작은 성취감과 나를 위한 시간이 쌓이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음양탕은 결국, 믿음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단순한 물 한 잔에도 이야기를 입히고, 그 안에서 위안을 찾고자 하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여름이라는 계절이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또 다른 생존 방식일 것입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라 해도, 어떤 순간에는 검증된 효과보다 위로가 먼저 필요한 법이니까요.


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수많은 방법 중 하나로, 오늘도 누군가는 음양탕 한 잔을 마십니다. 그리고 그 행위는 단순히 물을 마시는 것을 넘어, 몸과 마음을 위한 작은 다짐이 되어 줍니다. 아무리 덥고 지치는 계절이라 해도, 그 작은 습관이 하루를 버틸 힘이 되어 준다면, 그건 충분히 의미 있는 물 한 잔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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