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데몬헌터스》가 보여준 여성 욕망의 재현과 의미

여성의 욕망은 감춰야 할 감정인가

by 김형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한 장면, 사자 보이즈가 무대를 장악하며 등장하자 헌트릭스의 멤버 조이는 얼굴을 붉히고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조이의 제스처는 단순한 개그 코드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장면이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여성도 욕망할 수 있다는 당연한 감정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전히 낯설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욕망은 오랫동안 검열과 통제의 대상이었다. 순결, 정숙, 조심성 등의 미덕이 여성성의 핵심으로 여겨졌고, 욕망을 표현하는 여성은 ‘문란하다’거나 ‘품위 없다’는 시선을 감당해야 했다. 반면 남성의 욕망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이러한 이중잣대는 대중문화 속에서도 오랫동안 반복되며, 여성 캐릭터는 늘 수동적이거나 이상화된 존재로 소비되어 왔다. 이에 대해 여성학자 정희진은 『페미니즘의 도전』에서 “여성의 성적 주체성은 문화적으로 부재하며, 그 부재는 곧 억압의 도구가 된다”고 지적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이 고정관념을 흔든다. 조이는 분명히 매력적인 상대를 보고 욕망을 느끼며, 그 감정을 억누르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제작진은 이 순간을 유머로 풀면서도, 조이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희화화가 아니라, 여성 캐릭터가 스스로 욕망의 주체가 되어 타인을 응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치다. 이에 대해 로라 멀비(Laura Mulvey)는 자신의 논문 「시각적 쾌락과 내러티브 영화」에서 “여성이 응시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 설정될 때, 전통적인 영화 문법은 뒤흔들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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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장면은 “여성은 타인의 시선을 받는 존재일 뿐, 욕망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오래된 서사 규칙을 전복한다. 조이는 단지 이상적인 미소녀 캐릭터가 아니라, 당황하고, 갈등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살아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가 욕망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여성도 감정의 주체로 존재할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로써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여성 중심 서사의 한 걸음을 더 내딛는다.


대한민국 사회는 이제야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여성도 욕망할 수 있다고. 그리고 그것은 숨기거나 감춰야 할 일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감정이라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그 메시지를 가볍고 유쾌한 방식으로, 그러나 분명한 의도를 담아 전하고 있다. 그 장면이 웃음을 유발하든, 불편함을 유발하든, 결국 중요한 것은 바로 그 감정 자체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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