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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범 Jul 14. 2024

공포의 매력: 인간 본성과 사회를 비추는 거울

여름철 공포물 열풍의 심리학적, 생리학적 고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날, 시원한 실내에서 공포영화를 감상하는 경험은 독특한 쾌감을 선사합니다. 매년 여름 극장가를 장악하는 공포영화들과 텔레비전의 '납량특집' 프로그램들은 이제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더위와 공포 사이의 흥미로운 공생 관계를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더운 계절에 특히 공포물에 이끌리는 것일까요?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포를 느낄 때 우리 신체에서 일어나는 생리적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포를 경험할 때, 우리의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고 피부 혈관이 수축됩니다. 이로 인해 피부 온도가 낮아지며, 결과적으로 실제로 시원함을 느끼게 됩니다. 즉, 공포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실제로 체온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의 정도는 개인마다 상이합니다.


공포에 대한 반응의 개인차는 주로 유전적 요인에 의해 결정됩니다. 뇌의 편도체의 민감도,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관련 유전자의 변이 등이 '용기 있는 사람'과 '두려움이 많은 사람'을 구분 짓는 주요 요인이 됩니다. 흥미롭게도, 과학자들은 공포 회로를 차단하는 유전자까지 발견하였습니다. 또한, 연구자들은 유전자 조작이나 약물 치료를 통해 선천적 공포를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어, 공포에 취약한 분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공포물을 즐기는 심리적 동기는 무엇일까요? 이는 카타르시스 추구, 자극 추구 성향, 그리고 스트레스 해소 등 다양한 심리적 요인과 관련이 있습니다. 저명한 공포영화 감독 웨스 크레이븐은 "공포 영화는 두려움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배출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포 체험 후에는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긍정적 정서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일상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강렬한 자극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공포물은 최적의 콘텐츠가 될 수 있습니다.


공포물은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는 거울로서의 역할도 수행합니다. 현대 자본주주의 사회에서 경험하는 불안정한 삶을 조명하는 데 있어 공포라는 주제가 효과적으로 활용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사회적 불안이 극도로 고조된 시기에는 오히려 공포영화의 제작이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안정된 시기에 공포영화가 번성한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이는 공포물이 우리 사회의 불안을 적절히 표출하고 해소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공포물은 우리에게 단순한 오락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본능적 감정을 자극하고,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때로는 치유의 기능까지 수행합니다. 향후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공포를 느끼는 메커니즘이 더욱 정교하게 규명되고, 이를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공포 콘텐츠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그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공포물은 언제나 우리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을 건드리며, 우리를 매료시킬 것입니다.


무더운 여름날, 한 편의 오싹한 공포영화를 통해 시원함과 더불어 인간 본연의 감정을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우리 자신과 사회를 더 깊이 이해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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