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로 운명을 바꾼 조선 화가

변상벽의 덕질이 꽃피운 예술과 성공 이야기

by 김형범

조선 후기, 영조대에 활동했던 한 화가가 있었습니다. 이름은 변상벽(卞相壁), 본관은 밀양 변씨입니다. 그는 원래 산수화를 그리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조선에는 정선과 같은 거장들이 있었고, 자신의 실력으로는 그들을 뛰어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좌절한 그는 붓을 내려놓고 사랑방에 틀어박혀 고양이나 기르며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변상벽의 눈에 뛰어노는 고양이가 들어왔습니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꼬리, 호기심 가득한 눈빛, 그리고 몸을 웅크린 채 졸고 있는 자태가 너무도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그는 “비록 산수화는 어려워도, 이 녀석들만큼은 제대로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다시 붓을 들고 화선지를 펼쳤습니다.


그 후 그는 고양이의 몸짓 하나하나를 관찰하며 수없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날카로운 발톱, 부드러운 털결, 사냥감을 노리는 매서운 눈빛까지 고양이의 생생한 모습을 화선지 위에 옮겼습니다. 하지만 당시 유교 사회에서 고양이 그림은 크게 환영받는 주제가 아니었습니다. 낮에는 초상화를 그려 생계를 유지하고, 밤에는 순전히 자신의 기쁨을 위해 고양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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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예상치 못한 계기로 바뀌었습니다. 고양이가 쥐를 잡는 동물이라는 이유로 재물을 지키고 건강을 상징하는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때부터 고양이 그림은 길상의 의미를 담은 선물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변상벽의 고양이 그림은 오랜 관찰과 진심 어린 애정이 스며들어 있었기에 누구보다도 사실적이고 생동감 넘쳤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그림을 구하고자 앞다투었고, 그는 ‘변고양이(卞猫)’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조선 최고의 고양이 화가로 자리 잡았습니다.


결국 그의 이름은 궁궐까지 퍼졌습니다. 변상벽은 영조의 어진을 두 차례나 그리는 영광을 누렸고, 그 공로로 곡성 현감이라는 관직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중인 가문에서 태어나 말을 잘 하지 못하던 내성적인 청년이었던 그는, 고양이에 대한 애정으로 인생을 뒤바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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