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말하기보다 듣는 법을 가르쳐주는 독서의 힘

by 김형범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은 얼핏 과장된 표현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단순히 책을 읽지 않으면 불편하다는 의미를 넘어, 우리가 세상과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지를 묻는 문장이기도 합니다. '입안의 가시'란 결국 말에 가시가 돋는다는 뜻입니다. 말이 날카롭고 거칠어지고, 듣는 이의 마음을 찌르게 되는 것이지요. 그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때로는 물리적인 상처보다 더 오래 남기도 합니다. 말의 칼끝은 상대방의 마음을 베고, 스스로의 인격을 손상시키는 양날의 검이 됩니다.


이 표현은 단순한 현대적 감각에서 나온 문장이 아니라, 오래된 고전의 지혜에서 비롯된 말이기도 합니다. 중국 고전인 『명심보감』에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는 문장이 나오며, 이는 단순히 지식을 쌓으라는 충고를 넘어 인간의 언어와 인격이 독서와 함께 다듬어진다는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조선 말기의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도 이 문장을 자신의 유묵으로 남겼습니다. 감옥에 갇힌 상황에서도 독서를 멈추지 않았던 그에게 이 문장은 단순한 격언이 아니라 삶의 태도였을 것입니다.


말은 생각의 얼굴이고, 감정의 모양입니다. 말은 그 사람의 세계관과 삶의 태도를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하지요. 책을 읽지 않으면, 우리는 내 생각과 내 감정만을 따라 말하기 쉽습니다. 자기만 옳다는 확신 속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여유가 없어지면, 말은 곧잘 무기가 됩니다. 그 무기엔 칼날 같은 단어들이 박혀 있고, 어느 순간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다치게 하게 됩니다. 그런 말은 대화를 끊고 관계를 단절시키며, 때로는 후회할 만한 결과를 남깁니다. 말의 부작용을 겪고서야 우리는 비로소 그 파급력을 인식하게 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처럼 되돌리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책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길을 가르쳐줍니다. 독서는 본질적으로 '듣는 행위'입니다. 이미 지나간 타인의 말, 오래된 생각, 낯선 감정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는 일입니다. 책을 읽는 사람은 말하기보다 듣는 태도에 익숙해지고, 자기만의 기준보다 세상의 다름에 민감해집니다. 책을 통해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본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쉽게 밀어붙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잠시 멈추고, 상대의 말을 헤아리는 여유가 생깁니다. 독서를 통해 축적된 언어의 감각은 말에 리듬을 만들고, 감정의 결을 부드럽게 해줍니다. 마음에 한 번 더 여유가 생기고, 언어는 침묵과의 균형 속에서 더욱 신중해집니다.


책은 또한 우리에게 타인을 이해하는 시선을 길러줍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의 갈등과 고민을 따라가다 보면, 현실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행동과 감정을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게 됩니다. 세상을 구성하는 다양한 삶의 형식을 알게 되면, 단순한 판단보다는 공감의 언어를 선택하게 됩니다. 그 과정은 곧 말의 품격을 만드는 작업이기도 하지요. 책이 쌓일수록, 말은 부드럽고 단단해집니다. 조급하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으며,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말. 그런 말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결국, 조용히 그리고 오랜 시간 책을 곁에 둔 사람의 말입니다.


요즘처럼 누구나 쉽게 말할 수 있는 시대일수록, 듣는 일은 점점 어려워집니다. 우리는 실시간으로 반응하고, 빠르게 판단하고, 끊임없이 발언합니다. 하지만 듣지 못하는 사람의 말은 자기 울림만 가득한 메아리에 불과합니다. 독서는 그 메아리의 반복을 멈추고, 새로운 소리를 받아들이는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책은 우리에게 말의 모양을 조심스럽게 다듬는 방법을 알려주고, 감정의 결을 부드럽게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고르는 데 시간을 들인 사람은 그만큼 말에도 책임을 느낍니다. 책임 있는 말은 깊이를 갖고, 그 깊이는 결국 사람 사이의 신뢰를 만듭니다.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은 결국, 책 없이 쌓인 하루하루가 나를 중심으로만 굳어진다는 경고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날들이 이어지면, 나의 말은 점점 세상을 찌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읽어야 합니다. 말을 가다듬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제대로 듣고 바라보기 위해서입니다. 독서는 나를 드러내는 일보다 세상을 살피는 일에 가깝고, 말하는 것보다 경청하는 일에 더 어울리는 행위입니다. 독서를 통해 얻은 감각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고 나를 돌아보게 하는 통찰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통찰은 우리가 세상과 맺는 관계를 조금씩 변화시켜 줍니다.


말이 부드러워지려면 마음이 먼저 부드러워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조용한 독서 속에서 비로소 길러질 수 있습니다. 침묵 속에서 쌓이는 단어들은 언젠가 세상에 전할 말이 되었을 때, 더 정직하고 따뜻한 문장이 됩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도 한 줄의 문장을 읽는 것으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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