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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은 없다?

불완전한 위인들이 전하는 허상의 그림자

by 김형범

사람들은 흔히 나이를 먹으면 저절로 어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른다움’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하는 사례는 역사 속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존경받는 위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떠올리는 이상적인 어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멉니다.


스티브 잡스는 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을 세우고 아이폰이라는 걸출한 발명으로 인류의 소통 방식을 바꿔놓은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시대를 앞서간 비전을 제시하며 실리콘밸리의 신화가 되었지요. 그러나 췌장암 진단을 받고도 9개월 동안 수술을 미루며 당근 주스와 침술 같은 대체 요법에만 매달렸습니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를 누구보다 중시했던 사람이 정작 자신의 건강 문제에서는 비과학적 선택을 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 그 자체입니다.


모차르트는 신동으로 불리며 수많은 교향곡과 오페라를 남긴 음악사의 거장이었습니다. 그의 선율은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사람들을 감동시킵니다. 그러나 그의 개인사는 달랐습니다. 과소비와 방탕한 생활로 늘 빚더미에 올라앉았고, 결국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구걸하는 편지를 써야만 했습니다. 위대한 예술적 성취와 무책임한 생활이 한 사람 안에서 공존했던 것입니다.


니체는 근대 철학을 뒤흔든 사상가였습니다. 그의 사유는 오늘날까지도 철학, 문학, 예술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첫 성 경험에서 매독에 걸린 뒤 평생 병마에 시달렸습니다. 그의 저서는 생전에 단 300권밖에 팔리지 않았고, 철저히 외면당한 사상가로 살았습니다. 우리가 오늘날 숭배하는 철학자는 그 시대에선 실패자에 가까웠던 셈입니다.


인권운동의 아이콘인 마틴 루터 킹은 ‘I Have a Dream’ 연설로 세계사에 길이 남았고, 인종차별 철폐라는 거대한 도전에 앞장섰습니다. 그러나 그의 사생활은 논란의 연속이었습니다. 불륜과 도덕적 흠결은 그를 비난하는 무기로 자주 활용되었습니다. 공적 영역에서는 누구보다 도덕적 지도자로 추앙받았지만, 사적인 삶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뉴턴은 근대 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며 만유인력의 법칙을 세운 인물입니다. 물리학의 기초를 닦아낸 그는 인류의 지식 지형을 새롭게 그려냈습니다. 하지만 그의 또 다른 모습은 과학자라기보다는 연금술사에 가까웠습니다. 무려 30년 동안 연금술이라는 가짜 과학에 몰두하며 100만 단어에 달하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위대한 과학자의 삶 속에서 비이성적인 집착이 함께 자리한 것입니다.


이들의 삶은 분명 위대했지만 동시에 매우 불완전했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위인’이라고 부르며 업적을 기리지만, 그들의 삶 전체를 들여다보면 ‘완벽한 어른’이라는 이미지는 쉽게 무너집니다. 오히려 그들은 우리와 다르지 않게 흔들리고, 실패하며, 때로는 미숙한 선택을 반복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른이란 무엇일까요. 전통적으로는 결혼, 직업, 경제적 독립 같은 외형적 조건이 어른의 기준이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이런 기준들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대신 스스로의 삶에 책임을 지고, 불완전한 현실 속에서도 방향을 잡아가려는 태도가 어른다움으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조차도 절대적인 정의가 되지 못합니다. 사람마다, 사회마다, 시대마다 ‘어른다움’의 기준은 계속 바뀌기 때문입니다.


역사 속 불완전한 천재들의 사례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바는 명확합니다. 어른은 결코 완벽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완벽함은 존재하지 않는 이상이자 허상에 가깝습니다. 결국 어른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기대하는 이상적인 존재일 뿐, 실제로는 끝없이 흔들리고 불완전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만 잠정적으로 드러날 뿐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른은 없다.

완벽한 스승도 없다.

당신을 구해줄 사람은 결국 당신뿐이다.


그리고 어른이란 개념은, 어쩌면 실재라기보다는 인간이 끝없이 추구하지만 결코 완전히 닿을 수 없는 하나의 허구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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