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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환기: 공동체에서 개인으로_1편

공동기억의 붕괴_스마트폰으로 변화된 미디어 풍경

by 김형범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모두가 같은 장면을 공유하지 않는 세상에 익숙해졌습니다. 과거에는 저녁 9시 뉴스와 주말 영화가 온 국민의 화제가 되었지만, 이제는 각자의 화면 속에서만 이야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출발점은 2009년 말, 아이폰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작은 기계는 단순히 전화를 거는 도구가 아니라, 미디어 생태계 전체를 바꿔 놓는 신호탄이었습니다.


당시 삼성은 옴니아라는 스마트폰을 내세웠지만, 시장의 흐름은 아이폰이 던진 혁신에 맞추어 급격히 기울었습니다. 결국 갤럭시 시리즈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본격적인 스마트폰 경쟁이 시작되었고, 2010년대 초반은 한국 사회가 집단적 기억에서 개인화된 경험으로 이동하는 첫 번째 변곡점이 되었습니다. 카카오톡이 폭발적으로 확산된 것도 같은 시기였는데, 사람들은 이제 뉴스를 신문 지면이 아니라 단체 채팅방에서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 전후로는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면서 텔레비전 중심의 오락 소비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보다 인기 있는 1인 크리에이터가 등장했고, 유명인의 발언보다 인플루언서의 브이로그가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 대화에 오르내리게 되었습니다. 지상파 방송국의 시청률이 해마다 떨어지던 것도 이 시기와 맞물려 있었습니다.


결정적인 변화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찾아왔습니다. 외출이 제한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OTT 서비스와 유튜브는 생활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모두가 함께 본 연말 드라마 결말이나 인기 예능의 명장면 대신, 각자가 넷플릭스에서 고른 드라마,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한 영상이 저녁 식탁의 주제가 되었습니다. 공동의 경험이 아니라 분절된 개인의 선택이 사회적 대화의 중심이 된 것입니다.


2025년에 이른 지금, 신문과 지상파 방송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더 이상 세대를 아우르는 공통의 기억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대신 유튜브 채널, 틱톡 영상, 팟캐스트가 개인의 취향을 강화하고 있으며, 가끔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만 공유되는 짧은 밈이 사회적 파급력을 만들어냅니다. 아이폰의 상륙에서 시작된 흐름은 이제 완전히 정착하여, 한국 사회는 국민 모두가 하나의 뉴스를 이야기하는 시대에서 각자가 자기만의 이야기를 소비하는 시대로 전환되었습니다.


지난 15년은 공동 기억의 붕괴 과정이자, 개인화된 미디어가 사회를 재편한 역사라 할 수 있습니다. 신문과 방송이 국민 전체를 하나로 묶던 시대가 저물고, 스마트폰이 모든 손에 쥐어지면서 기억의 형식도 변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같은 뉴스를 읽지 않지만, 각자의 화면에서 쌓인 기억들이 또 다른 방식으로 사회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공동의 기억이 흩어진 자리에서 새로운 연결 방식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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