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일보 김어준과 올드미디어의 불안
정치 뉴스가 권위 있는 신문 1면이나 저녁 뉴스로 소비되던 시절은 어느새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이 전환의 중심에는 김어준이라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1998년 IMF 이후 세상에 등장한 딴지일보는 언론을 조롱하며 시작했지만, 곧 기존 언론이 전하지 못하는 날것의 정치 이야기를 담아내는 대안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문화와 결합해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정치적 해방구가 되었고, 기존 언론이 외면하던 의제를 다루며 빠르게 영향력을 확장했습니다.
김어준은 2010년대 초반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로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며 각종 의혹을 제기했고, 수백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팟캐스트가 정치 담론의 주요 무대로 떠오르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공중파 방송에서 보기 어려웠던 발언들이 그대로 퍼져나가면서, 팟캐스트는 사실상 대안 방송국이자 정치적 무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김어준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본격적으로 공중파에 등장했지만, 여기서도 기존 언론과의 긴장은 여전했습니다. 그의 화법은 과감했고, 지지와 비판을 동시에 불러일으켰습니다.
최근 곽상언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을 언급하면서 다시 한 번 이 긴장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곽 의원은 김어준을 “유튜브 권력자”로 규정하며 정치적 영향력에 경계심을 드러냈습니다. 전통적인 정치와 언론의 프레임에서는, 김어준 같은 인물이 만들어내는 ‘비제도권 담론’이 언제든 여론을 흔들 수 있는 불안 요소로 여겨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경향신문을 비롯한 일부 기성 언론은 김어준 현상을 단순한 대중 인기 이상의 정치적 파급력으로 해석하며, 기존 언론의 영향력이 줄어든 자리를 새로운 미디어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긴장은 김어준 개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뉴미디어의 영향력은 이미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으며, 다양한 채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여론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의 틀 밖에서 다뤄지는 목소리들이 대중과 직접 연결되면서, 문제의 본질은 특정 인물이 아니라 새로운 매체 환경 자체가 정치적 파급력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에서 주목할 점은 올드미디어가 뉴미디어를 단순히 경쟁자가 아니라 위협으로 인식한다는 사실입니다. 종이신문과 방송이 ‘권위’를 무기로 삼던 시대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영향력은 더 이상 종이와 전파에만 있지 않습니다. 유튜브 채널 하나, 팟캐스트 하나가 때로는 전국 단위 여론을 흔들 수 있는 힘을 지니게 되면서, 기성 언론은 자신의 자리를 위태롭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미래는 더욱 복잡해질 것입니다. 인공지능 기반 알고리즘은 개인 맞춤형 뉴스를 강화하고, 정치인은 기존 언론과 더불어 뉴미디어의 영향력자와도 관계를 맺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올드미디어는 여전히 공신력과 기록성을 무기로 삼을 수 있지만, 사람들의 일상 속 대화는 이미 뉴미디어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김어준 현상은 단순히 한 개인의 성공이 아니라, 한국 정치 담론이 전통 언론에서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징표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뉴미디어는 자잘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대중정치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올드미디어가 감당하지 못한 불신과 공백을 메우며,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실험적으로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왜곡과 과잉 같은 부작용은 존재하지만, 동시에 대중의 정화작용이 작동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잘못된 정보와 과도한 선동은 빠른 비판과 반박을 거치며 힘을 잃고, 토론 속에서 균형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흐름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