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영화를 싫어하는 대중의 심리는?
요즘 극장가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작 중 하나인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드디어 2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개봉 전부터 1000만 관객을 넘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이 "호불호가 심하게 갈린다"는 반응을 보이며 흥행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모두가 입을 모아 "최고의 작품"이라 칭송하는 이 영화에 대해, 왜 일부 관객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는 걸까요? 이 글에서는 그 이유를 세 가지 관점에서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영화가 가진 핍진성의 부재에 있습니다. '어쩔수가없다'는 우리 사회의 노동 문제, 계급 갈등, 그리고 자본주의의 병폐를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많은 관객은 이러한 주제를 다루는 영화라면, 자신들의 삶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기대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박찬욱 감독은 우리가 익히 아는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신, 기이하고 과장된 인물들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주인공의 행동은 일반적인 노동자의 삶과는 동떨어져 있고, 상황 설정 역시 현실적이기보다는 비현실적인 블랙 코미디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연출은 관객들이 영화 속 상황을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것을 방해합니다. '이게 과연 우리들의 이야기인가?'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하게 되면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영화에 대한 몰입을 잃고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두 번째 이유는 한국 관객이 영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감정적 경험과 관련이 깊습니다. 우리는 극장에서 희로애락(喜怒哀樂)의 모든 감정을 경험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데 익숙합니다. 특히 웃음과 눈물을 통해 감정을 정화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어쩔수가없다'는 이러한 기대와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영화가 주는 웃음은 유쾌하고 따뜻한 웃음이 아닌, 사회의 모순과 인간의 비극을 조롱하는 차갑고 불편한 웃음입니다. 관객은 주인공의 불행에 슬퍼하고 공감하기보다는, 그 상황을 희화화하는 연출에 씁쓸함을 느낍니다. 감정적인 위로나 희망을 주지 않고, 현실의 씁쓸함만을 남기는 영화의 결말은 관객들이 기대했던 감정적 해소를 충족시키지 못하며, 결국 부정적인 반응으로 이어졌습니다.
마지막 이유는 박찬욱 감독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기대치와 영화의 방향성이 어긋났기 때문입니다. 박찬욱 감독은 그동안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 등을 통해 미학적 잔혹함과 복잡한 서사, 그리고 압도적인 미장센으로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구축해왔습니다. 팬들은 이러한 감독의 독창성을 기대하며 그의 영화를 찾습니다. 그러나 '어쩔수가없다'는 전작들에 비해 힘을 뺀 듯한 느낌을 줍니다. 감독 특유의 탐미적인 연출이나 난해한 서사적 장치보다는, 대중적인 블랙 코미디의 색깔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 박찬욱 감독의 팬들에게는 '내가 알던 감독의 영화가 아니다'라는 실망감을 안겨주었고, 동시에 일반 대중에게는 여전히 불편한 유머 코드가 장벽으로 작용했습니다. 감독의 새로운 시도가 기존 팬과 새로운 관객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이처럼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닌, 핍진성에 대한 관객의 기대,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얻고자 하는 심리, 그리고 감독의 브랜드 가치라는 세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충돌했기 때문입니다. 관객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한 감독의 의도를 온전히 받아들이기보다, 자신들의 기대와 다른 영화의 모습에 불편함과 실망감을 느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