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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범 Aug 07. 2024

한국 흥행 참패한 '바비' 그 이유는?

블랙코미디와 페미니즘, 그리고 문화적 간극의 이야기

'바비'는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한국에서는 예상 외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개봉 25일차까지 고작 54만여 명의 관객을 모았다는 점은 세계 극장 시장 규모 7위인 한국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러한 현상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영화 '바비'(2023)_북미 포스터

우선, '바비' 인형에 대한 친밀도 부족을 들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바비 인형보다 국산 브랜드의 인형들이 더 인기가 많았기 때문에, '바비' 세계관에 대한 이해도나 애착이 상대적으로 낮았을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 관객들은 일반적으로 판타지적인 세계관보다는 현실적인 배경의 영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비'의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설정은 이러한 한국 관객들의 취향과 거리가 있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블랙코미디라는 장르적 특성입니다. 블랙코미디는 한국 관객들에게 여전히 생소한 장르입니다. '바비'는 페미니즘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블랙코미디라는 형식에 담아냈는데, 이는 한국 관객들에게 다소 도전적인 시도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블랙코미디 특유의 비꼬는 듯한 유머와 풍자는 한국의 전통적인 코미디 문화와는 거리가 있어, 많은 관객들이 이를 온전히 이해하고 즐기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입니다.


더불어 '바비'의 유머는 상당히 서구적이고 문화적 맥락이 강합니다. 이를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언어적, 문화적 이해도가 필요합니다. 자막만으로는 전달되기 어려운 뉘앙스나 문화적 맥락들이 많아, 한국 관객들과의 공감대 형성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페미니즘 주제 자체가 영화의 흥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과거 '82년생 김지영'이나 '걸캅스' 같은 페미니즘 관련 영화들이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바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러한 영화들과 '바비'의 차이점은 바로 장르적 특성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비'의 한국 흥행 부진은 단순히 페미니즘 때문이 아니라, 블랙코미디라는 장르가 한국 관객들에게 아직 생소하고, 문화적 차이로 인해 공감대 형성이 어려웠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한국 영화 시장의 특성과 관객들의 취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에게 문화적 다양성과 새로운 장르에 대한 수용성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앞으로 한국 영화 시장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할지, 그리고 관객들의 취향과 수용 범위가 어떻게 확장될지 주목해볼 만한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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