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함을 달래려 시작된 괴담 놀이, 공포 문학의 신화를 쓰다
우리가 어두운 밤, 이불 속에서 숨죽이며 읽는 공포 소설의 고전들이 실은 어느 무료한 여름날의 심심풀이 놀이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해 온 괴물 프랑켄슈타인과 밤의 제왕 드라큘라가 같은 시공간에서, 그것도 한 무리의 젊은 문학도들의 장난스러운 제안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마치 소설 속 이야기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이 전설적인 탄생의 순간은 1816년 여름, 스위스 제네바 호숫가에 위치한 바이런 경의 별장에서 펼쳐졌습니다.
당시 그곳에는 시인 퍼시 셸리와 그의 연인이자 훗날 아내가 되는 메리 셸리, 당대 최고의 시인 바이런 경, 그리고 그의 주치의였던 존 폴리도리 등 젊고 재기 발랄한 문인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해 여름은 유독 춥고 비가 잦아 이들은 며칠째 별장 안에 갇혀 지내야만 했습니다. 창밖의 음산한 날씨와 무료함에 지쳐가던 중, 바이런 경이 기발한 제안을 하나 던집니다. "우리 각자 무서운 이야기를 하나씩 써보는 건 어때?" 이 즉흥적인 제안이 바로 공포 문학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될 줄은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10대 소녀에 불과했던 메리 셸리는 이 제안을 받고 며칠 밤을 고민한 끝에, 과학의 힘으로 시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기괴하고도 슬픈 이야기를 상상해냈습니다. 이것이 바로 훗날 과학 소설의 효시이자 공포 문학의 걸작으로 남게 될 《프랑켄슈타인》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꿈속에서 보았던 창백한 과학자와 그가 만들어낸 흉측한 피조물의 이미지를 생생하게 그려내며, 인간의 오만과 피조물의 고독을 깊이 있게 다루었습니다.
그런데 이 모임의 결과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바이런 경의 주치의였던 존 폴리도리 역시 이 놀이에 참여하여 《뱀파이어》라는 짧은 소설을 써냈습니다. 비록 메리 셸리의 작품만큼 즉각적인 명성을 얻지는 못했지만, 귀족적이고 매혹적인 흡혈귀 캐릭터를 처음으로 정립한 이 소설은 훗날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비롯한 수많은 뱀파이어 문학의 직접적인 조상이 되었습니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시작된 작은 놀이가 괴물과 흡혈귀라는, 현대 공포 문화의 양대 아이콘을 동시에 탄생시킨 것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 불멸의 괴물들은 어떤 거창한 계획이나 고뇌 속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궂은 날씨 때문에 발이 묶인 젊은 예술가들이 서로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무료함을 달래려던, 지극히 사적이고 우연한 순간의 산물이었습니다. 제네바 호숫가의 그 음산했던 여름밤, 촛불 아래 모여 앉아 서로에게 공포스러운 이야기를 속삭이던 그들의 모습은 창작의 영감이 때로는 가장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가장 장난스러운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온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