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고독한 뒷모습이 우리에게 건네는 말

냉혹한 과학적 비극과 인간이 덧입힌 숭고한 서사 사이의 간극

by 김형범

최근 소셜 미디어를 통해 '펭귄 마인드셋'이라는 용어가 대중의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수만 마리의 펭귄 무리가 먹이를 찾아 바다로 향할 때, 홀로 무리를 이탈해 저 멀리 척박한 산맥을 향해 걷는 한 마리 펭귄의 뒷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영감을 주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영상 속 펭귄이 안락한 현실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고유한 목적과 운명을 찾아 나서는 용기 있는 선구자의 모습이라 믿으며 열광했습니다. 남들이 예라고 할 때 아니라고 말하며 미지의 세계로 발을 내딛는 그 단호한 발걸음에서 현대인들은 각자가 처한 현실의 벽을 넘을 동력을 발견하곤 합니다.

https://youtu.be/JxI8D1IN5eI?si=vn9SdZ_a6wR0FLhy

하지만 이 감동적인 서사의 이면에는 자연의 냉혹하고도 슬픈 진실이 숨어 있습니다.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2007년 다큐멘터리 '세상의 끝에서'를 보면 이 펭귄의 행보는 우리가 생각하는 낭만적인 도전과는 거리가 멉니다. 전문가들은 이 펭귄이 용기를 낸 것이 아니라, 극심한 스트레스나 신경계 이상으로 인해 방향 감각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라고 설명합니다. 녀석은 내면의 부름에 응답한 것이 아니라 몸의 생체 나침반이 오작동하여 바다가 아닌 5,000km에 달하는 얼음 대륙 내부로 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그 길의 끝에는 먹이도 생명체도 존재하지 않으며, 결국 확실한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더욱 마음 아픈 사실은 이 펭귄을 억지로 붙잡아 다시 무리에 데려다 놓아도, 곧바로 다시 그 산을 향해 고집스럽게 걷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uVwORgAnh8

우리가 펭귄의 안타까운 오작동을 위대한 도전으로 해석한 이유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세상과 자신을 연결하여 끊임없이 의미를 부여하며 사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물리적인 사실은 펭귄의 신경계 오류에 의한 비극적인 종말일지라도, 우리는 그 모습에 나 자신의 삶을 투영하고 서사를 덧입힘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냅니다. 인간은 이렇듯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자연의 현상조차 자신의 삶과 연결해 해석함으로써 각자의 세계를 더욱 견고하게 구축해 나갑니다. 사실은 펭귄의 죽음이었지만 진실은 그 영상을 본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목적을 되돌아보게 되었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펭귄의 발걸음이 아니라 그 뒷모습에 투영된 우리 자신의 필사적인 삶의 의지를 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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