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지 않은 61세 목동, 마라톤의 상식을 뒤집다

고정관념이라는 한계를 넘어 증명한 생활 근육의 경이로움

by 김형범

만약 누군가 낡은 작업복에 껌을 씹으며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인 마라톤 출발선에 서 있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1983년 호주에서 열린 875킬로미터 울트라마라톤 대회 현장이 바로 그러했습니다. 당시 예순하나라는 고령의 나이에 헐렁한 바지를 입고 나타난 클리프 영을 보며 관중들은 구경 나온 노인이라 생각하며 비웃음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이 노신사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기적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 놀라운 반전의 비결은 다름 아닌 무지에서 비롯된 순수함에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전문 선수들은 장거리 주행의 특성상 하루에 여섯 시간 정도는 잠을 자며 체력을 보충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정식 교육을 받아본 적 없던 클리프 영은 잠을 자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밤낮없이 달렸습니다. 폭풍우 속에서도 소를 잡으러 다녀야 했던 목동의 삶 속에서 그는 이미 며칠 밤을 지새우며 걷고 뛰는 것이 일상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는 다른 선수들이 잠든 사이에도 묵묵히 발걸음을 옮겨 2위보다 무려 열 시간이나 먼저 결승선에 도착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의 질주가 남긴 유산은 단순히 우승 기록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그가 발을 지면에 붙이듯 끄는 독특한 걸음걸이인 셔플 주법에 주목했습니다. 세련되지 못하다고 비난받던 그 걸음걸이는 사실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고 관절의 충격을 줄여주는 가장 과학적인 장거리 주행 방식이었음이 훗날 밝혀졌습니다. 이론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척박한 환경에서 몸으로 직접 체득한 생활 근육의 힘이 현대 스포츠 과학이 추구하는 효율성을 앞질러 버린 셈입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승선을 통과한 이후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거액의 우승 상금을 확인하고는 자신이 돈 때문에 뛴 것이 아니라며 뒤처진 동료 선수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는 승패와 보상을 넘어선 진정한 도전의 가치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클리프 영의 실화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상식이 때로는 스스로를 가두는 벽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 이야기는 화려한 장비나 전문적인 훈련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한계를 규정짓지 않는 마음가짐이라는 점을 종합적으로 보여줍니다. 61세의 목동이 증명한 것은 단순히 875킬로미터를 달리는 체력이 아니라, 고정관념이라는 이름의 잠을 깨우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뚝심의 승리였습니다. 우리 삶의 울트라마라톤에서도 때로는 남들이 정해놓은 휴식의 공식보다 나만의 속도와 방식이 더 큰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위대한 질주는 증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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