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샌들을 신고 63km를 달려 우승한 여인

첨단 기술과 전문 장비를 압도한 라라무리 부족의 경이로운 생명력

by 김형범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첨단 카본화와 기능성 스포츠웨어가 즐비한 마라톤 출발선에서, 집에서 막 나온 듯한 긴 치마에 폐타이어를 잘라 만든 투박한 샌들을 신은 한 여성이 서 있다면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아마 대다수는 그녀가 길을 잘못 들었거나 그저 구경하러 온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이야기는 그 편견을 완전히 뒤엎는 경이로운 실화에서 시작됩니다. 멕시코의 험준한 산악 지형을 63km나 달려야 하는 극한의 울트라마라톤 대회에서 모든 전문가의 예상을 깨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주인공은 바로 평범한 전통 복장 차림의 칸델라리아 아리바스였습니다.


그녀가 속한 라라무리 부족은 멕시코 북서부의 깊은 협곡 지대에 거주하며 스스로를 '달리는 사람들'이라고 부르는 이들입니다. 이들에게 달리기는 특별한 스포츠가 아니라 깎아지른 절벽과 험한 산길을 넘어 이웃 마을에 가거나 생필품을 구하러 가는 일상 그 자체입니다. 칸델라리아 역시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무려 14시간을 걸어서 대회장에 도착했는데, 그 여정 자체가 이미 웬만한 마라토너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고행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매일의 삶이 훈련이었던 그녀에게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고지대의 가파른 경사로조차 그저 늘 오가던 익숙한 길에 불과했습니다.


경기가 시작되자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엘리트 선수들은 최신 장비의 도움을 받으며 속도를 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고산 지대의 희박한 공기와 불규칙한 지형 앞에 하나둘 무릎을 꿇었습니다. 반면 칸델라리아는 단 한 번의 전력 질주도, 단 한 번의 흐트러짐도 없이 마치 산책을 하듯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7시간 35분 동안 묵묵히 산맥을 타고 넘었습니다. 결승선에 다다랐을 때조차 우승을 위해 쥐어짜는 마지막 스퍼트 대신, 처음 출발할 때와 다름없는 무심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들어서는 그녀의 모습은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에게 큰 충격과 경외심을 안겨주었습니다.


우승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녀가 내놓은 대답은 그 어떤 거창한 스포츠 정신보다도 묵직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단지 가족을 위해 달렸다는 짧은 답변을 남긴 그녀는 부상으로 받은 바나나를 손에 쥐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또다시 14시간의 밤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 믿기 힘든 우승은 우리에게 진정한 강인함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고가의 장비나 과학적인 데이터보다 더 강력한 것은 삶을 지탱하려는 의지와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일상의 생명력이라는 사실을, 칸델라리아는 낡은 타이어 샌들로 증명해 보였습니다. 결국 그녀의 달리기는 기록을 경신하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숭고한 삶의 여정 그 자체였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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