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역사 문제는 별개일까?
2025년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축구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사실 나 또한 정말 오랜만의 한일전이 열린다는 소식에 티켓도 알아보고 꽤 여럿한테 같이 가자는 제안을 했으나 돌아온 답이 그리 시원치 않아,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한일 축구하면 떠오르는 게, 2002년 월드컵 4강전 독일전을 일본 유학당시 요요기 국립경기장에서 스크린을 통해 관전한 기억이다. 당시, 일본 관객은 독일을 관객의 약 10/1밖에 안 되는 한국 유학생과 응원팀은 한국을 응원하는 구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시작부터 신경전이 벌어지는데, 요는 우리 한국팀 관전 라인이 북과 꽹과리로 응원하는 게 거슬렀는지, 한 무리의 일본 사람들이 삿대질로 욕을 했고, 기세에서 지기 싫은 우리 무리는 고성을 지르는 일본인들 무리에 북을 던지면서 항전(?)했던 기억이 있다.
아무리 독일과 일본이 2차 대전 당시 동맹이었다 해도 솔직히 한국이 더 가까운 나라라면, 절반 정도는 한국을 응원해 줄 것을 기대해 시내까지 나간 건데 분위기가 완전 독일 응원이라 적잖이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속 좁은 일본 사람들과 달리 한국 응원단의 기세는 나 조차도 흥분할 정도로 거침이 없었다. 급기야, 일본 경찰들이 한국 관람 라인의 양쪽을 막아서서 경기 내내 충돌은 방지할 수 있었지만, 내심 경기가 끝나고 또 충돌이 일까 봐 꽤 걱정했던 기억이 남는다.
아 스포츠인가, 역사인가. ㅎㅎ
아니나 다르까 이번 대회에서도 예상치 못한 논란이 불거졌다. 대회의 공식 후원사로 선정된 APA호텔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일본의 대표적인 호텔 체인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그 뒤에는 복잡한 역사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APA호텔은 단순한 숙박업체가 아니다. 이 호텔의 대표, **모토야 도시오(本谷敏夫)**는 일본 내에서 잘 알려진 극우 인사다. 그는 과거 ‘藤誠志’라는 필명으로 여러 책을 썼고, 그 책들에는 난징대학살과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제는 이 책들이 호텔 객실 서랍에 비치되면서 일본을 찾은 한국인과 중국인 여행객들 사이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사실 2017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삿포로에서 열린 동계 아시안게임 당시, 참가국 선수단이 APA호텔의 역사 왜곡 서적을 발견하고 항의했고, 결국 조직위는 책을 치우고 대체 숙소를 제공해야 했다. 그때도 국제적인 비판이 거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논란은 잠잠해졌다. 그러나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APA호텔이 다시 주요 스폰서로 등장하면서, 그 기억이 되살아난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반응은 당연히 부정적이다. “역사 문제를 부정하는 기업이 국제 스포츠 행사에 후원사로 참여하는 것은 적절한가?”라는 질문이 던져지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후원 문제를 넘어, 스포츠의 중립성과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른 셈인데, 특히 피해국 입장에서 이런 선택은 과거의 상처를 다시 건드리는 행위로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포츠는 원래 국경을 넘어 사람들을 하나로 잇는 힘이 있다. 그러나 역사 문제는 여전히 동아시아에서 해결되지 않은 숙제다. 이번 APA호텔 논란은 그 숙제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과연 우리는 역사와 스포츠를 완전히 분리할 수 있을까? 아니면, 스포츠야말로 과거의 잘못을 되돌아보고 미래로 나아가는 대화의 장이 되어야 할까?
APA 호텔은 그렇다 치고, 한국 축구는 왜 이렇게 무너지고 있는 것일까? 손흥민과 그리고 동남아 주요국의 축구 감독들의 활약을 제외하면 한국 축구는 언제부터인가 축구협회의 비리, 협회장의 장기집권 등 골치 아픈 뉴스뿐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일본에 패했다. 제발 축구협회가 정신을 차리기를 기대한다. 스포츠와 역사 간의 관계를 깊숙이 따질 힘도 없을 정도로, 이번 축구 패배는 기분이 매우 안 좋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일본의 일방적 독일 응원이 떠올라 더더욱 그렇다. 동변상련이라고, 전범국은 몰래 통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