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개발자, 비개발자에 따라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요.
구성원들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다만, 제 경험상 얼추 맞긴 합니다.)
비개발 조직이라면 기획, 디자이너 조직을 떠올리실 텐데요. 엄밀히 따지면 이들도 서비스를 같이 만들어나가는 조직이기 때문에 완전한 비개발 조직이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속한 개발 조직과 성향도 많이 비슷하고, 말도 잘 통하는 편입니다. (물론 제가 너무 운이 좋아서 좋은 협업자분들을 만난걸 수도 있습니다.)
영업 조직이야말로 진정으로 개발과 전혀 상관없는 조직의 한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업무의 특성 때문인지 몰라도 개발 조직과 평소 업무 분위기가 많이 다르며 회식 분위기도 많이 다릅니다.
예전에 어쩌다가 영업조직과 기획, 디자인, 개발 조직이 거국적으로 회식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경험한 그들의 회식 문화를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첫 잔은 거국적으로.
원샷 분위기가 있음.
소맥 위주로 마심.
돌아가면서 건배사.
술 게임하는 테이블도 있음.
자리를 옮겨가며 인사하면서 한잔씩.
리액션이 좋음. (영혼이 있는 건지, 진짜 재밌는 건진 모르겠음.)
시끌시끌한 분위기.
으쌰 으쌰 하는 분위기.
전투적인 분위기.
초면인 개발 조직 사람들과도 얘기 잘하고 밝음.
가끔 형, 동생 하는 사람들도 생김.
한마디로 '대학교 OT'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뭐 상관없겠습니다만, 당시 제 주위 개발자들은 이런 분위기를 탐탁지 않아하여 좀 불편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서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꼭 개발이냐 비개발이냐에 100% 따르진 않는다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다만 제가 속한 개발 조직, 그리고 같이 협업하는 기획 조직의 분들은 성향이 다들 비슷합니다.
저희의 성향은 한마디로 '개인주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기주의가 아니라 개인주의입니다.)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며 술을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첫 잔은 예의상 짠을 하긴 함.
다만 그 후로 먹고 싶은 사람이 알아서 마심.
알아서 마시다가 눈 마주치면 예의상 짠을 해주기도 함.
앞사람의 술잔이 비어있는 걸 발견하면 따라주지만, 아니면 그냥 자작.
소주, 맥주, 와인, 소맥 등 걍 알아서 하든지 말든지 신경도 안 씀.
대화의 주제는 주로 '회사 욕'.
생각해보면 딱히 할 말이 많았던 거 같진 않음.
그런데.. 항상 끝나면 새벽 두 시가 넘어있음.
자리이동이고 뭐고 없음. (테이블에 나 혼자 남아도 그냥 귀찮아서 안 움직임.)
그렇다고 누가 왔을 때 막는 건 아니다. 뭔가 얘기를 하긴 함.
조용한 분위기.
편안한 분위기.
형, 동생이 뭐임? 우린 동료 일 뿐. 선을 지킴.
앞서 영업조직 같은 분위기에 익숙하신 분이라면 '이럴 거면 집에서 각자 술 마시지 뭐하러 모여서 먹냐'라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전 이런 분위기가 너무 편하고 좋습니다.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이것은 지극히 제 경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예전에 멀리 떨어진 타 기획, 개발 조직과 조인해서 회식을 했었는데요. 거기에 계신 분들은 기획, 개발할 것 없이 모두 다 활발하신 분들이었습니다. 정말 '도떼기시장'이라고 밖에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요.
저와 성향이 잘 맞는 사람들과 같이 일을 한다는 것은 직장인으로서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축복받은 직장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