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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숙 Jul 24. 2024

[패션-KITH] Kiss. 아니 Kith. 할까요

성수동으로 온 본 인 뉴욕 '편집숍 브랜드 Kith' 에 대해서

안녕하세요! 브랜드 읽어주는 남자.

브랜드 토커 김동숙 입니다.


지난 5월, 브랜드매니저 로서 부러웠던 협업이 있었어요.

[2024.05. W korea]

'키스(Kith) X 진로' 콜라보 출시 _ 한국의 아이코닉한 술과 뉴욕 브랜드의 협업!

[2024.05 이데일리]

'단독, 제니가 쓴 그 모자브랜드, 진로와 맞손.. 검은병 '진로키스' 출격


다른 브랜드도 아니고 키스? 내가 아는 그 키스 맞아? 라며 몇번을 혼잣말로 중얼거렸네요.

성수동에 위치한 키스 서울 매장

다시봐도 맞더라구요. 그 키스(Kith).


혹자는 그럴겁니다. 키스(Kith) 가 뭔데 그렇게 호들갑이냐고.

그래요. 키스(Kiss) 도 아닌데 말이죠.


오늘은 여러분들에게 그 호들갑 좀 떨어보려고 준비했습니다.


죽은 브랜드도 살려내는 콜라보의 장인.

뉴욕 퀸즈 출신이 말아주는 고급진 스트릿 맛.

오늘의 브랜드는 키스(Kith) 입니다.

맨 좌측 : 진로소주와 키스의 콜라보 한정판 소주, 우측 : 키스성수 에서만 만날 수 있는 진로콜라보 아이템


Chapter 1. 로니 파이그 (Ronnie Fieg)


키스는 2011년 뉴욕에서 시작한 편집숍이에요.

매장은 전 세계에 16개.

얼마 전 대한민국 서울 성수동에 세계최대규모로 플래그쉽스토어를 오픈해서 난리였었죠.

키스의 매출은 2022년 기준, 1억 5,210만 달러(약 2,028억원)가 넘는다고 합니다.

전년대비 약 2배정도 성장한 규모이구요.

매출숫자로는 키스의 대단함을 느끼기엔 한계가 있을겁니다.


키스는 편집숍으로 시작했지만 100여개가 넘는 브랜드들과 콜라보를 하면서 주목을 받았어요.

마이너한 스트릿 브랜드 부터 럭셔리브랜드, 그리고 패션 뿐만 아니라 자동차, 식음료 브랜드까지.

키스의 수많은 콜라보를 이끈 사람, 신발에 미친 남자, 1982년생 '로니 파이그(Ronnie Fieg)' 입니다.


로니는 13살 부터 삼촌인 데이비드 자켄(David Zaken) 이 운영하는 신발가게 체인점 'David Z' 에서 일을 했어요.

판매추이를 보면서 뉴욕 스트릿의 트렌드를 피부로 직접 느꼈죠.

그 시절, 제이지(Jay-Z) 같은 셀럽이 매주 팀버랜드 부츠를 사러 오고, 그러면서 그들이 입은 옷,

라이프스타일이 자신의 취향으로 전이 되었죠.

키스의 창업자, 로니 피이그, 눈 빛이 매서우시네

"최근까지도 키스 옷에 '1996' 이라는 글자를 많이 새겼어요. 제 인생의 최고의 시간을 기록한 겁니다."

_ 2017년 빌보드 인터뷰 에서


기회는 갑자기 찾아왔어요.

어렸을 때부터 착용감이 편안해 즐겨신던 아식스를 가게에 입점시켰는데 매출이 늘었거든요.

아식스에서 먼저 콜라보 제안이 왔고, 로니의 첫 작품이자키스의 시발점이 된 최초의 콜라보 작품

'아식스 젤라이트 3_로니 VER'

로니 피이그의 첫 작품 - ASICS Gel-Lyte III David Z Ronnie Fieg 252 Pack

당시 아식스 젤라이트 시리즈는 각종 육상대회 및 올림픽을 통해 기능적인 면에서는 인정을 받았지만

패션라인으로는 주목을 받지 못했어요.

로니 스타일의 검정과 분홍, 빨강과 파랑, 보라색을 한번에 담아낸 화려함은 스트릿 신에 통했고

그 이후 수많은 브랜드 들의 콜라보 제의와 팬들의 관심은로니 자신만의 브랜드로 커졌죠.


Chapter 2. 키스(Kith) 의 탄생


'우리를 위한(Just us)'

키스의 브랜드 슬로건 에요.

키스의 슬로건을 담은 다양한 패션의류 들

키스는 대중이 아니라 소수의 팬을 위한 브랜드를 지향하죠.

키스는 '키스 앤 킨 (Kith and Kin)' 이라는 스코틀랜드 말에서 따왔는데 '가족과 친구' 를 의미해요.

키스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 모두가 키스의 가족 이라고 생각하며 브랜딩을 하죠.


니치(Niche) 하게 시작했지만 매스(Mass)하게 커진 핀스킨(핀셋+스킨쉽) 마케팅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실제로 키스는 자신의 철학에 공감하고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 모두를 키스의 가족이라 생각하며 플레이를 해요.


그런데..

키스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인기를 끌어모은 이유가 단순히 철학과 지향점 때문 이었을까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마치 환자의 맥을 짚는 것 처럼 기가막힌 타이밍으로 사업을 넓히고 의외성있고 동시대에 가장 먹힐법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적재적소에 진행하는 기민함이 키스의성장포인트 라고 생각해요.

로니의 스타일을 보면 신발이 돋보이는 조거팬츠를 즐겨입는 걸 알 수 있다.

그 기민함은 런칭 2년 만인 2013년에 의류사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액션에서 엿볼 수 있어요.

당시 로니는 펑퍼짐한 카고바지를 조거팬츠 처럼 수선해서 입었어요.

넓은 바지 밑단에 고무줄을 더해 발목부분을 좁혔죠.

단순히 편해서가 아닌 자신이 신은 신발을 더 돋보이게 하고 싶어서 였대요. 당시 미국에선 흔하지 않은 패션이었죠.


고객들은 이것조차 스타일로 여겼고 이곳저곳에서 판매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시험삼아 만든 20여벌의 바지가 순신간에 완판되는 모습이 키스가 의류사업으로 확장을 결심하게 된 순간이었죠.


그로부터 2년 후 2015년에 여성복을 런칭할 때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남성복만 취급하던 키스 매장에 여성고객들이 지속적으로와서 남성복의 가장 작은 사이즈의 옷을 구매해

자신이 입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하는 액션을 보면서 시장이 있다고 판단.

기존 매장 건너편에 여성복 매장을 열었죠.


Chapter 3. 키스 먼데이 프로그램, 콜라보 장인의 시작은여기서부터

24년 7월, 현재 키스 먼데이 프로그램에 드랍된 대부분의 제품은 품절이다.

'키스 먼데이 프로그램(Kith Monday Program).'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에 신상품을 선보이는 키스만의 독특한 프로그램.

원래 '키스 먼데이 프로그램' 은 '클래식 로고 티 프로그램' 으로 시작된 드롭 행사 입니다.

'클래식 로고 티 프로그램' 은 '키스보고(Box loGO, 박스로고의 줄임말) 티' 를 꾸준히 출시하는 프로젝트로

슈프림의 박스로고티 마케팅과 유사한 프로젝트 에요.

(키스보고티 마케팅은 초반에 슈프림의 마케팅을 따라 했다고 비난을 받았지만 질 좋은 원단, 다채로운 패턴과 프린팅, 부담없이 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컬러의 제품을 자주 발매하면서 무마시켰다.)


2018년엔 키스보고티 프로젝트가 키스 먼데이 프로그램 으로 바뀌면서 신상품과 협업 컬렉션도 선보이며

아직도 계속되고 있어요.


한달도 아니고 매주 월요일 마다 드롭되는 콜라보를 계속 성공시킬 수 있는 비법이 뭘까요?


(1) 예상치 못한 결합 으로 소비자에게 궁금증과 물음표를던진다.

키스는 제품의 자신들의 로고만 넣겠다는 생각을 철저하게 배제 시켜요.

특히, 3자 콜라보를 주로 하면서 경계를 넓히고 예상치 못한 결과물을 도출하기도 하죠.

2023년 3월엔 키스-클락스-아디다스 이렇게 3개의 브랜드가 협업해서 독특한 신발을 런칭하기도 했구요.

클락스의 밑창과 아이다스 삼바 그리고 키스의 감각이 묻은 콜라보 신발

또 산업군의 경계를 넘으면서 패션 뿐 아니라 굿즈, 장난감 등 라이프스타일을 총망라한 아이템들도 런칭해요.

대표적으로 코카콜라 와의 시즌별 콜라보 제품은 반팔티를 비롯해 세미트럭 모형 등 다양한 범주의 아이템을 드랍하죠.


(2) 어린시절 접했던 향수의 브랜드와 협업한다.

[2024.05. 연합뉴스 인터뷰 중. (필자가 직접 인터뷰 했다.)]

Q. 000브랜드 제품을 기획한 의도가 뭔가요?

'1020,30세대들 에게는 새로운 기억으로, 4050, 그 이상의 세대들 에게는 즐거운 추억 을 만들어 드리기 위해 기획 했습니다.'


부끄럽지만 키스 창업자 로니 와 같은 맥락에서 제품과 브랜드를 기획하고 있었네요.


로니는 콜라보를 할 때 유독 '유년 시절의 향수' 를 많이 담는 편이에요.

자신과 같은 시대를 공유했던 고객들이 공감을 하게끔 제품에 '시대적인 서사'를 담아내고 있죠.


예를 들어 2017년 나이키와의 협업은 농구선수 스코티 피펜* 이 신었던 농구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어요.

왜 피펜이었을까요?

어렸을 때 운동화 '피펜1'을 신고 친구들과 논 기억이, 가장 즐거운 추억 이었다는 거에요.

* 마이클 조던과 함께 시카고 불스에서 뛴 NBA가 공식적으로 선정한 역대 최고 50인 중 한명.

2인자를 위해, KITH X 나이키 에어 마에스트로 2

이외에도 BMW, 베르사체, 캘빈클라인 등 사람들이 서사를 알고 나면 키스의 모든 패션아이템 들이

과대광고 라는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키스의 DNA는 다양한 아이템으로 이야기를 해주는 스토리텔러 인 셈이죠.

전세계 150대 밖에 없는 bmw 키스 콜라보와 베르사체 역사상 처음으로 로고를 변형한 키스 콜라보 제품

Chapter 4. 쿨함의 가치(Currency of cool)는 매장에서 나온다.


키스는 매장을 마치 미술관 처럼 공간을 운영해요.


"요즘 고객은 옷이 부족하지 않아요. 옷을 사는 이유는 '감정' 때문이죠. 우리는 어떤 감정의 일부가 되기 위해

직접 만질 수 있고, 물리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물건을 판매해요. 그리고 그 느낌은 긍정적 이어야 하죠."

(2019년 풋웨어 뉴스에서, 로니 피이그)


키스매장은 쇼핑을 하러 온 사람은 물론이고, 쇼핑을 하지않는 사람들까지도 공간을 경험하고 시간을 보내게 만들어요.

도쿄 매장을 가면 수백 개의 운동화로 장식한 터널, 파스텔 빛 대리석, 벽에 붙은 포스터, 심지어 책도 있어요.

미술관을 연상 시키는 키스 도쿄 매장

또한 각 지역의 특징을 살리기도 합니다.

프랑스 파리매장은 대리석 벤치, 화려한 안뜰 로 단장돼 있고 미국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 매장은 산업지역이라는 특징을 반영해서 벽돌과 콘크리트 색으로 단정돼 있어요.


키스의 매장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구분됩니다.

1) 키스와 다른 브랜드가 콜라보한 제품

2) 키스 브랜드의 제품

3) 다른 브랜드에서 엄선한 큐레이션 제품


한 공간에서 3가지 다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죠.


키스가 말하는 '쿨함의 가치' 는 고객들이 매장에서 직접 방문하여 아무도 모르는 제품을 살 때 나오는 만족감을 의미해요.

제품이 노출이 되어 더 많은 고객들이 알면 만족감은 낮아지고 온라인에 대량으로 풀리면 그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낮아지죠.

브랜드의 특별함, 그리고 가치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싶은 키스가 매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죠.


Chapter 5. 이제는 키스에 먹으러 간다.


한국 성수동에 키스 매장을 오픈 했을 때도 기대가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트릿츠(Treats)' 였어요.

키스는 2015년 매장 안에 '키스 트릿츠(Kith Treats)' 라는 디지트 숍을 열어요.

각종 시리얼과 아이스크림을 팔죠.

좌측은 키스 서울의 트릿츠, 우측은 키스 트릿츠에서 파는 디저트 들

여기에더 로니의 어린시절의 서사가 담겼어요.

시리얼에 빠진 어린시절의 로니는 언젠가 시리얼 바를 만들겠다는 꿈을 가졌었대요.

그 꿈을 키스가 실현시켜 준거죠.


요즘 럭셔리 브랜드에서 카페, 레스토랑을 많이 런칭하잖아요.

높은 가격대의 의류가 부담스러운 고객이 진짜 가볍게 접할 수 있는 먹을거리로 그 브랜드를 즐길 수 있도록 한 전략을 키스에서도 고스란히 이용을 하고 있는거죠.

메뉴를 고르는 즐거움이 가득할 것 같은 키스 트리츠

트릿츠에는 콘플레이크, 프루트 룹스 등 24가지의 시리얼과 킷캣 트윅스 등 25가지의 토핑이 가득합니다.

심지어 우유의 종류도 4가지, 아이스크림과 쉐이크도 있어요.


트릿츠를 가면 시리얼과 토핑을 자기 스타일 대로 조합해 먹을 수도 있고, 기존 조합된 메뉴중에서 선택할 수도 있어요.

메뉴를 자세히 보면 메뉴 끝에 'by 000' 라고 해서 해당 메뉴를 만든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놨어요.

셀럽들이 자신들이 시리얼을 먹는 조합을 메뉴로 만든 것이죠.

 

트릿츠에서도 콜라보가 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사면 도넛 체인 도넛플랜트와 콜라보한 컵과 도넛을 함께 주거나 나이키와 같이 만든 사탕껌을 주는식으로 말이죠.

옷, 신발보다 저렴한 각종 숟가락, 그릇 등의 라이프스타일 제품도 꾸준히 내놓고 있어요.




이제 키스는 14년차를 맞았습니다.

로니는 아직도 1990년대 잡지를 뒤지면서 눈에 불을 켜고 콜라보 아이디어를 찾는다고 합니다.


"제가 최종 목표란 없습니다. 계속 제안서를 보낼 거고, 사업을 확장할 거에요.

5개년 계획도 하지 않아요.

돈을 위해 키스를 팔 생각도 없죠. 세상 모든 현금을 가질 수 있다고 해도, 키스가 없다면 의미없습니다."

- 2015년 미디엄에서, 로니 피이그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 다만 과거의 것을 현재시점에서한 끗 비튼 것 뿐.


오늘은 키스(Kith)의 브랜드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이번주엔 키스에 들려서 트릿츠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으면서 제가 쓴 글을 떠올려 봐야겠네요.


이상 브랜드토커 김동숙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은 롱블랙, 키스 홈페이지, 시티호퍼스 그리고 수 많은

인터넷 기사들을 참고 했습니다.

이미지는 핀터레스트 및 사진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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