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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닥터페퍼] 나야, 페퍼 (I'm Pepper)

매니악한 나는, 코카콜라 대신 '닥터페퍼(Dr.pepper)'를 마시지

by 김동숙

안녕하세요! 일상 속 브랜드이야기로

편안한 대화주제를 만들어 드리는 남자.

스물네번 째 글로 인사드리는 브랜드 토커 김동숙 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메이저, 탑독 브랜드보다는

마이너, 언더독 브랜드를 소비하고 즐겼습니다.


사춘기 시절엔 남과 다른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 자체가

남달라 보이고 멋있어 보여서 일부러 즐겼다면

성인이 된 후부터는 언더독 브랜드에서 느껴지는 짠함이랄까?

아니면 그들만의 곤조 랄까?

메이저 브랜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들 만의

스토리가 좋아 줄 곧 찾게 되고 이내 팬이 됩니다.

작가 본인은 남들은 좋아하지 않는 오 라뗴를 쟁여두고 마신다.(마이너의 끝) / 출처 : 동아오츠카

자, 오늘은 탄산음료 시장의 영원한 아웃사이더 브랜드로 남을 줄 알았지만

미국 탄산음료 시장에서 절대강자 펩시를 꺾고 시장점유율 2위에 오른 브랜드.

(23년 기준, 코카콜라 MS 19.2%, 펩시 8.31%, 닥터페퍼 8.34%)

'언더독의 반란'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브랜드.

CL은 닥터페퍼 마니아로 스튜디오의 닥터페퍼 캔을 보고 즉석에서 'Dr.pepper를 썼다고 한다

"싫어해도 괜찮아."

"왜냐고? 날 한 번도 마시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마신 사람은 없을걸?"을 당당하게 외치는 브랜드.


오늘은 1885년, 미국 텍사스 출생의 140살

'닥터페퍼(Dr. Pepper)'로 아는 척하는 시간을 만들어 드립니다.

닥터페퍼는 어느순간 부터 23가지 향신료가 섞인 독특한 음료로 슬로건을 일원화 시켰다. (출처 : 한국코카콜라)

Chapter 1. 알고 보면 코카콜라 보다 형님, 현 '닥터페퍼(Dr.pepper)' 전 '웨이코(Waco)'


닥터페퍼는 1885년 미국 텍사스의 웨이코(Waco)라는 지역에서 시작됐죠.

코카콜라가 1886년도, 펩시콜라가 1890년도에

시작되었으니 미국 탄산음료의 근본이었던 셈입니다.

닥터페퍼는 동네약국에서 일하던 '찰스 엔더 튼'이라는 약사가 개발했어요.

당시 미국의 약국은 지금의 편의점, 드럭스토어처럼 약도 팔면서 생필품, 잡화를 판매했었고,

특이한 건 그 당시 대부분의 약사들은 약국에서 직접 음료를 만들어서 팔았다고 해요.


'소다파운틴' 이라는 설비를 들여놓고 직접 배합해서 만들고 판매까지 한 거죠.

(제가 자주 가는 드럭스토어 '올리브영'도 140년 전 미국 약국처럼 되면 재밌는 그림이 나오겠네요ㅎㅎ)

존 매튜가 개발한 '소다파운틴' (출처 : Beverage Academy, 네이버블로그)

찰스 앤더튼 역시, 여느 약국의 약사들처럼 음료개발에 관심이 많았고

그가 만든 음료가 바로 오늘의 '닥터페퍼'입니다.


닥터페퍼의 첫 이름은 '웨이코(Waco)' 였어요.

미국 텍사스 주에 위치한 도시명 이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닥터페퍼'는 언제 어디서 어떤 뜻으로 명명했는지

아직까지도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어요. 그저 여러 가지 추측만 난무할 뿐이에요.

좌) 닥터페퍼의 아버지 '찰스 앤더튼', 우) 닥터페퍼를 만들던 자리에 세워진 닥터페퍼 박물관 (출처 : 위키디피아,서울토박이 경기살이, 네이버블로그)

다만 닥터페퍼라는 제품명을 지은 건 약사 찰스앤더튼이 아닌

약국주인이었던 웨이드 모리슨(Wade Morrision)이라는 것 만 알려져 있습니다.

(웨이드 모리슨의 전 직장인 약국사장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둥, 그 사장의 딸을 사랑해서

그 딸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둥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닥터페퍼는 코카콜라처럼 지금까지도 정확한 레시피가 오픈되지 않았어요.

그도 그럴 것이 한 음료에 23가지 향을 한 음료에 섞은 괴짜 같은 음료였으니까요.

(지금까지 알려진 닥터페퍼의 향은 블루베리, 육두구, 체리, 럼, 바닐라 등으로 종잡을 수 없다.)

최초의 닥터페퍼는 병 으로 판매되었다. (출처 : 핀터레스트)

23가지 향이 한데 믹스되었으니 얼마나 캐릭터가 강했을지 상상되시나요?

호불호가 너무 강했지만 당시 레몬주스, 오렌지주스 같은 과즙위주의 단순한 음료에

싫증이 났던 손님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동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료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동네 맛돌이 음료였던 닥터페퍼는 1904년, 세인트루이스 세계박람회 등장 후,

수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되었고 그 해 웨이코를 벗어나

미국 전역에 퍼져나가기 시작합니다.


콜라도 아니고 체리탄산도 아니야. 나야, 닥터페퍼.


코카콜라, 펩시콜라 보다 출시가 빨랐던 닥터페퍼가 100년이 넘도록 그 두 회사에

매출이 못 미쳤던 이유는 뭐였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1) 대중적이지 못한 맛과 2) 한 발 늦은 *보틀러 확보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보틀러 : 음료 원액을 공급받아 생산~판매까지 하는 업체


콜라처럼 남녀노소 모두 만족시킬 만한 대중적인 맛도 아니었고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폭발적인 성장을 해나갔던 1960년대엔

이미 미국전역의 보틀러를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2개사 가 다 잡고 있었죠.

법적으로도 '콜라와 경쟁하는 음료의 생산사 와는 협력하지 않는다.'라는

보틀러 계약까지 진행된 상태였어요.


다행히도 1963년엔, 연방법원이 '닥터페퍼는 콜라나무 열매를 쓰지 않으므로

콜라가 아닌 다른 종류의 카테고리 음료다.'라고 인정해 준 덕분에

보틀러를 확보해 전 보단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마이너 한 브랜드 인지도와 적은 매출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50년 이상,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그늘에서 숨통만 유지하던 닥터페퍼가

드디어 다른 시선으로 시장과 소비자를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독특함이 전부였던 닥터페퍼의 옛날 광고물들 (출처 : 핀터레스트)

Chapter 2. 괴짜 같은 배합, 괴짜 같은 이름, 괴짜 같은 제품들


1970년대 들어서 닥터페퍼는 드디어 자신들만의 색을 찾아가기 시작합니다.

닥터페퍼는 태초부터 대중적인 맛이 아닌

마이너 한 맛으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는 걸.


이때부터 코어팬덤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코카콜라를 사랑하는 고객과 닥터페퍼를 사랑하는 고객의 컬러가 다르다는 걸

깨달은 거죠.

이때부터 본격적인 '선 긋기 마케팅'이 들어갑니다.


닥터페퍼는 23가지 이 과일과 향신료의 조합으로 만들었는데

이 중에서 한 두 가지를 더하거나 빼도

닥터페퍼스러운 맛이 난다고 해요.

그러니 뭘 섞어도 닥터페퍼의 본질을 해치지 않으면서 변주가 가능한 거죠.

독특하네 디자인.. (출처 : 닥터페퍼)

2002년, 닥터페퍼 122년 역사상 첫 뉴 플레이버 신제품이 나옵니다.


'닥터페퍼 레드 퓨전 (Dr.Pepper Red Fusion)'

닥터페퍼에 바닐라향을 더한 부드러운 맛이 특징인 제품이었죠.

당시 소비자 반응도 너무 좋았고 2004년 단종하자 다시 출시해달라는 등의 온라인 반응이 정말 핫했죠.

이때부터 닥터페퍼는 다소 신기한 제품들을 출시합니다.

생일케이크 맛, 매운맛, 마시멜로 맛, 팝콘 맛, 블랙베리 맛, 버번위스키 맛 등..

궁금하긴 하다. (출처 : 마시즘)

물론, 매번 출시하는 색다른 플레이버 제품들 모두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이런 액션들은 닥터페퍼 이기에 가능한 부분이었어요.

태초부터 니치 한 제품이었기에 이런 장난? 스러운 제품을 출시해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죠.


Chapter 3. Geek-sumer? I'm Pepper

요즘에 독특한 취향과 개성을 중요하시하는 소비자를 일컫어 '긱슈머'라고 합니다.

'긱(Geek)'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대중적이지 않은 아이템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해 취향을 표현하는 소비자들을 말하죠.


닥터페퍼는 1977년부터 지금까지 '나는 페퍼(I'm Pepper)' 광고를 집행하고 있어요.

닥터페퍼를 마시는 사람은 독특하고 개성이 있고, 남들과 다른 한 껏이 있는 사람 이라는 걸 보여주죠.

(도대체 몇 수 앞을 내다보신 겁니까 페퍼선생..)

닥터페퍼 1977년 광고 (출처 : walpermarketinggroup)

닥터페퍼는 이후에 '이상함', '독특함'이라는 키워드로

50년 넘게 밀고 있어요.

콘셉트가 정체성이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죠.


1980년대엔 '평범하지 않아요, 당신처럼'

2000년대엔 '당신 그 자체가 되세요'

2010년대엔 '언제나 유일무이한'

2024년엔 '이게 페퍼 다운 것'

2024년 집행한 닥터페퍼 광고 (출처 : 닥터페퍼)

작년에 집행한 광고는 나이나 직업에 관계없이 닥터페퍼를 마시는 사람은

자기 취향이 확실하다는 걸 말해줍니다.


닥터페퍼는 놀림당하는 것도 망가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죠.


작년 5월에, 닥터페퍼에 피클을 넣는 레시피가 유행이었어요.

어찌 보면 괴랄한 레시피이기에 무시하고 넘길 수 있었지만 닥터페퍼는 여기에 호응하며

해당 레시피 영상을 자신의 채널에 미러링 하면서 바이럴을 두 배 이상으로 일으켰죠.

틱톡챌린지로 유행했던 닥터페퍼 사례들 (출처 : 마시즘)

“제품을 변형하고 응용하는 게 지금의 소비 트렌드예요. 제품의 기본 기능뿐 아니라

그걸 바탕으로 한 나만의 경험이 중요해졌죠.

닥터페퍼는 맛이 강렬하다 보니 뭘 섞어도 ‘닥터페퍼화’시켜요.

그러니 새롭고 재밌죠. 그때부터 닥터페퍼는 음료 이상의, 재미와 경험의 요소가 되는 거예요."

(출처 - 송수진 고려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대학 교수 인터뷰 중)

바쁘다 바뻐 닥터페퍼 (출처 : 마시즘)

단순한 바이럴뿐만 아니라 유행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줍니다.

탄산음료의 크림을 넣는 '더티소다'가 유행일 때는 '라임코코넛 크리머'를

마시멜로를 넣는 닥터페퍼가 유행할 땐 '닥터페퍼 맛 마시멜로'를 출시하기도 하면서요.


마치며. 닥터페퍼의 진격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1885년, 단순하고 재미없던 과즙음료 시장에 독특한 맛으로 이목을 사로잡았던 닥터페퍼.

2020년대, 평범한 콜라맛으로 지루힌 시장에 괴팍한 맛으로 이목을 사로잡은 닥터페퍼.


한동안 닥터페퍼의 돌풍은 사그라들지 않고 유지될 것 같습니다.


아니 유지될 겁니다.


다만, 지금 닥터페퍼를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올린 건

'코어팬덤.'

'팬덤'이라는 건 항상 '눈에 보이는 목표'가 있어야 하고 그 눈에 보이는 목표는

계속해서 전 보다 더 강한 '도파민'을 충족시켜 줘야만 유지됩니다.


골리앗을 이긴 다윗만의 괴팍한 공격방법이 신기하고 재밌었다면

이제 다윗이 무엇을 해야 팬 들이 내 옆에서

계속 남아줄까?가 닥터페퍼의 넥스트 고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3/3, 삼겹살데이 인데 삼겹살에 닥터페퍼 한 캔 해야겠네요.


이상 브랜드토커 김동숙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은 롱블랙, 마시즘, 블로거 등 수 많은 인터넷 기사들을 참고 했습니다.

이미지와 영상은 핀터레스트, 닥터페퍼 유튜브 및 기타 유튜버 채널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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