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비우는 일본의 MUJI , 삶을 설계하는 북유럽의 HAY에 대해서
안녕하세요! 일상 속 브랜드이야기로
편안한 대화주제를 만들어 드리는 남자.
서른 번째 글로 인사드리는 브랜드 토커 김동숙입니다.
2026년 첫 글 입니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물건보다 먼저 자신의 생활 상태를 돌아봅니다.
무엇을 더 살지보다 무엇을 계속 곁에 둘지를, 무엇을 더 채울지보다 어디까지 비워도 괜찮을지를 묻죠.
정리는 이제 단순한 정돈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가 되었고,
이 질문 앞에서 저는 늘 두 개의 서로 다른 방향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나는 삶에서 불필요한 소음을 지워가며 기본값으로 돌아가려는 태도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주어진 일상을 더 잘 작동하도록 설계하려는 태도죠.
브랜드를 보는 일은 결국 삶을 정리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동양과 서양의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 브랜드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합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MUJI' 와 북유럽을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HAY' 입니다.
1) MUJI의 탄생
MUJI의 정식 명칭은 무인양품(無印良品), ‘브랜드가 없는 좋은 물건’이라는 뜻이다.
이 이름은 단순한 네이밍이 아니라 1980년대 일본 사회를 향한 문제 제기였다.
브랜드 과잉과 소비 피로가 누적되던 시기,
MUJI의 출발점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만들지 말 것인가”였다.
이 사고를 주도한 이는 세이유 그룹의 기획자 마쓰이 타다미쓰 였고,
MUJI라는 이름은 ‘우리는 주장하지 않겠다’는 결단이었고, 그 침묵은 브랜드의 중심이 되었다.
MUJI의 BI 컬러는 일본 전통 색명 체계에서 엔지색(臙脂色, Enji-iro) 혹은 벤가라색(弁柄色, Bengara-iro) 계열로 분류된다.
이는 감정을 자극하는 레드가 아니라, 흙과 목재, 오래된 종이처럼 시간의 흔적을 머금은 생활 재료의 색이다. 흰색이나 검정처럼 차갑고 근대적인 무색을 피하고, 생활의 온기를 남기는 저주장색을 선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MUJI의 BI는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물건과 사용자가 중심에 서도록 스스로를 배경으로 물러서게 만든다.
2) HAY의 탄생
HAY는 2002년 덴마크에서 출발했다.
브랜드를 설립한 롤프 헤이와 메테 헤이 부부의 성(姓)이 ‘Hay’인 것은 사실이지만,
브랜드가 공식적으로 ‘HAY’라는 이름의 의미나 유래를 특정 개념에서 설명한 적은 없다.
즉, HAY라는 네이밍은 어떤 상징적 뜻을 전제하기보다, 의미를 과도하게 규정하지 않는 상태로 남겨진 이름에 가깝다.
이 선택은 디자인을 설명이나 상징의 영역이 아니라, 사용과 생활의 영역으로 두려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이 태도는 HAY의 BI에서도 분명하다. HAY는 고정된 브랜드 컬러를 갖지 않는다.
이는 정체성의 부재가 아니라 전략적 선택이다. 로고는 배경과 매체, 공간에 따라 유연하게 변주되며,
색은 브랜드의 소유물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로 취급된다.
MUJI가 색을 고정해 태도를 만들었다면, HAY는 색을 비워 구조로 태도를 만든다.
1) MUJI의 커뮤니케이션
MUJI의 커뮤니케이션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다.
광고는 설명보다 사용 장면에 가깝고, 슬로건은 짧으며, 메시지는 해석을 강요하지 않는다.
MUJI 관계자들은 여러 인터뷰에서 “우리는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스스로 정리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길 뿐”이라고 말해왔다.
환경과 지속가능성 같은 무거운 주제조차 MUJI는 낮은 톤으로 다룬다.
2) HAY의 커뮤니케이션
HAY는 정반대다. HAY는 말한다. 그리고 숨기지 않는다. 디자이너의 이름을 드러내고, 형태의 이유를 설명하며, 색과 구조를 전면에 내세운다.
초기의 HAY가 ‘좋은 디자인을 더 많은 사람에게’였다면, 지금의 HAY는 ‘디자인으로 생활의 질을 설계한다’로 이동했다.
1) MUJI의 공간
MUJI의 매장에는 명확한 카테고리 경계가 없다.
침실과 주방, 욕실과 서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제품은 공간의 일부처럼 놓인다.
색은 절제되고 소재는 숨기지 않으며 조명은 균일하다.
MUJI의 매장은 구매를 유도하기보다 하나의 상태를 제안한다.
2) HAY의 공간
HAY의 매장은 구조가 분명하다. 색으로 나뉜 존, 계산된 시선 이동, 의도적인 대비. 감상을 위한 전시가 아니라 ‘이렇게 써도 괜찮다’는 사용의 상상을 자극하는 공간이다.
MUJI는 일본 사회의 절제 문화에서 태어났다. 튀지 않는 것, 오래 쓰는 것, 남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
그래서 MUJI는 ‘없음’으로 신뢰를 만든다.
반면 HAY는 북유럽의 사회적 합리주의 위에서 성장했다. 모두가 잘 살기 위해 디자인은 더 좋아져야 한다는 믿음, 그래서 HAY는 ‘설계’로 행복을 제안한다.
MUJI는 로고 없는 의류와 단일 소재 생활용품, 그리고 ‘Re MUJI’와 같은 순환 캠페인을 통해 덜 만들고 더 오래 쓰는 구조를 강조해왔다.
HAY는 디자이너 협업과 컬러 확장을 통해 디자인을 일상으로 확산시켜왔다.
지금 MUJI는 지속 가능한 생활의 기준으로 이동 중이고, HAY는 생활의 리듬을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MUJI는 묻는다.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은가.
HAY는 묻는다. 이미 충분하다면, 더 잘 쓸 수는 없을까.
하나는 삶에서 소음을 지우는 브랜드이고, 다른 하나는 삶에 구조를 부여하는 브랜드다.
새해의 시작에서 이 두 태도는 우리에게 하나의 선택지를 남긴다.
비워진 삶을 원하는가, 아니면 더 잘 설계된 삶을 원하는가.
브랜드는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어떤 삶을 선택하고 있는지를 조용히 묻고 있을 뿐이다.
오늘은 동.서양의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들을 알아봤습니다.
옳고 그른것은 없습니다. 다만 내 자신의 삶이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행동하고 그리고 행동할 것이냐에 따라
그에 맞는 브랜드를 선택하면 될 뿐.
저는 올해를 몸과 마음 모두 비우면서 채우는 한 해가 되기로 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한 해를 소망하시기로 했나요?
이상 브랜드토커 김동숙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출처
『無印良品のデザイン』, 무인양품 공식 디자인 북
Ikko Tanaka 인터뷰, AXIS (Japan)
MUJI Global Official Website – Brand Philosophy & Design
HAY Official Website – About / Design
Rolf Hay 인터뷰, Dezeen, Wallpa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