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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 p Jul 22. 2024

교사로 사는 일

2024년에 대한민국에서 교사로 사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나는 교사로 살고 싶다.

진로 고민을 심각하게 했었던 때도 있었다. 7년 차쯤 되었을 때인 것 같다. '교육'이라는 카테고리가 좋아서 선택한 직업이었지만 아무리 애써봐도 나랑은 영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그리고 1년쯤 쉬었는데 쉬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학교를 좋아한다는 것을. 그 뒤로는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하는 고민은 하지 않는다.


내가 교사와 맞지 않는 부분은 분명하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싫어하고 리더 역할을 어려워하고 무언가를 남에게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점.(이럴 수가!) 이런 것을 깨달았을 때는 나 스스로가 어이없었다. 이런 사람이 왜 교사가 되려고 했었는지?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나는 '교육'을 위해 일하고 싶었던 거였고 교사 이외의 다른 경로를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 생각조차도 대학을 졸업할 때쯤에나 했던 거니까, 요즘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것을 보면 정말 신기하다.


나는 교사로 살기에 너무나 적합한 부분들도 가지고 있다. 일단 사람을 좋아하고 학생들은 더욱 좋아한다. 그리고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편이어서 학생들과 어울려 지내기가 편하고 학생들도 나를 편하게 생각한다. 이 특징은 초기에는 나에게 너무 많은 어려움을 가져다주었으나 지금은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반복되는 일을 좋아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 한다. 교실은 알고 보면 엄청나게 열려 있는 공간이다. 매번 새로운 학생들과 함께 매번 새로운 일을 도모할 수 있다. 학생들과 재미있는 일을 기획하고 실행할 때 가장 즐겁다.


학교에서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 학교에 있고 싶다. 아침마다 학생들과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고 학생과 교사 둘 다 재미있을 만한 수업을 하고 틈틈이 재미있는 일도 하고.


방학 전 병가를 내면서 나를 괴롭혔던 이상한 생각 중 하나는 '쉬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힘들면 쉬어도 되는데 왜 나는 쉬고 싶지 않은가. 학교에 있고 싶었다. 지금 만나는 아이들과 수업하는 것이 재미있고 아이들이 겪는 문제를 함께 헤쳐나가는 것도 보람 있다. 이런 일을 하고 있을 때 내 삶이 나다워지는데 그걸 뺏기는 것이 억울하다는 감정이 들었다.


힘든 나와 힘들고 싶지 않은 나 사이의 타협으로 일단 방학 전까지만 병가를 냈고 방학을 맞았다. 한 달 후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데 과연 돌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오래전부터 항상 같은 답이지만, 돈을 벌 필요가 없게 되어도 일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항상 YES다. 학교에 있고 싶다. 그 학교가 좀 더 민주적이고, 좀 더 열려있고, 좀 더 진정한 배움의 장이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상관없다. 어떤 교실에서라도 작은 조각보 같은 꿈이라도 펼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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