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아카이브 - 『Pray-Ball!』 스토리 고찰

스포츠물에서의 현장성과 작법론의 문제

by 팽이트위즈

2025년 8월 26일 글로벌 서비스에 공개된 『Pray-Ball! ~노려라! 만루 홈런~』(이하 『Pray-Ball! 』)은 야구팀 코기 브레이브스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밀레니엄 야구부원 노마사 레이와 트레이닝부 부장 오토하나 스미레와 함께 야구장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추적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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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스토리의 부제목인 ~노려라! 만루 홈런~와 대표 이미지에서부터 이미 독자들은 이야기의 전개와 결말을 알고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후의 순간 9회 말에 레이가 만루 홈런을 터트리면서 기적 같이 승리를 장식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스포츠물에서 이미 경기의 결과를 알고 보는 것만큼 맥과 긴장이 빠지는 일도 없다. 왜 작가는 대놓고 결말을 노출시키고 있는 것일까?


거기에는 보여주고 싶은 결말까지 향하는 전개의 작위성을 넘어가기 위한 작법론적 의도가 담겨 있다. 일반적인 전개로는 다다르기 힘든 결말을 미리 알림으로써 편의주의적 흐름으로부터 느껴질 수 있는 작위성과 거부감을 다소간 완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우리 이거 보여줄 거고, 이거 보여주고 싶어서 이거 냈다'는 선언이다.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기대하는 '그 장면'을 위해 작중의 무리수는 어련히 눈 감고 넘어가달라는 부탁이 담겨 있는 것이다.


통상적인 진행으로 9회 말 레이가 끝내기 만루 홈런을 때려 내는 과정을 그려낼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보자. 레이는 트레이닝부 그룹스토리에서 첫 모습을 드러내었다. 「01. 멀리 휘두르며 1」에서 레이의 첫 등장과 함께 밀레니엄 야구부원은 이런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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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로는 입부 테스트에서 무려 8푼의 타율을 기록하며 에이스의 자리를 차지했다고 하는데……"

프로 야구에서 잘 치는 타자가 3할 이상, 아무리 못 치는 타자라도 대개 2할을 넘는 것을 생각한다면, 8푼의 타율이 에이스 취급을 받는 밀레니엄 야구부의 실력은 가히 절망적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이런 밀레니엄 야구부를 다른 야구팀과 붙여 보았자 필패할 것은 고민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애초에 타자를 출루, 진루시키는 것도 기적이니 이들에게는 만루도 화중지병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밀레니엄 야구부 속에서 레이를 선수로서 정석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으로는 '그 장면'을 연출해 낼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작중에서는 '그 장면'을 극적으로 불러오기 위한 수많은 장치들을 준비한다. 먼저 레이를 밀레니엄 야구부라는 족쇄에서 빼오기 위해 레이에게 '코기 브레이브스'라는 팀의 팬이었다는 설정을 추가하여,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보러 온 관객으로서 레이를 야구 경기의 현장에 불러들인다. 결정적인 순간에만 대타로서 레이가 경기에 들어가게끔 만든다면 어렵지 않게 '그 장면'을 연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아무리 어려운 상황일지언정 프로 구단에서, 사전에 선수 명단에 등록되지도 않았거니와, 타율이 8푼인 레이에게 결정적인 순간을 맡길 리가 없다. 그래서 '코기 브레이브스'는 프로 구단이어서는 안 된다. 아마추어 동호회나 실업팀에서 실력이 레이보다 살짝 위, 즉 타율 1할 정도로 못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팀 역시 아무 이유나 관계도 없이 관객인 레이를 중요한 순간에 불러올 턱이 없다. 그래서 그 연결고리를 형성하기 위하여 작가는 코기 브레이브스에 문제적 상황을 조성한다. 코기 브레이브스의 감독이 지금 당장 키보토스의 유명한 해결사인 샬레의 선생님을 부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마침 이날 전례 없는 사건이 터졌는데, 하필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고, 와중에 운 좋게 감독이 선생님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는 상황. 그 삼박자를 작가는 '형편없는 코기 브레이브스의 실력에 분노한 팬들의 협박 + 개껌 공장 테러 예고 + 사진 타임으로 선생님 노출'을 줄줄이 엮는 것으로 해결한다. 그 개연성을 위해 작가는 코기 브레이브스에 189연패라는 극단적인 전적을 가미하기까지 한다. 모두 선생님을 어떻게든 사건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면서 레이와 코기 브레이브스 간에 자연스럽게 친밀감과 유대감이 형성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니 그 문제가 근본적으로 대타를 구하는 것이 아니었던 한 결국 레이가 전면에 나설 기회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작가는 억지로라도 타석에 공백을 만든다. 지금까지 아무 조명도 받지 않던 코기 브레이브스의 4번 타자가 굳이 9회 말 직전에 전투 현장에 나서서 얼쩡거리다가 유탄에 맞아 손에 부상을 입는 장면은 지나칠 정도로 작위적인 인상을 준다. 그렇게 4번 타자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대신 레이가 타석에 오르는 순간은 공교롭게도 9회 말 2사 만루고 나아가 레이는 2 스트라이크 볼셋이라는 한끝 승부에 놓이게 된다. 공 하나로 모든 것이 결정 나는 최후에 그것도 하필 정확히 3점 차로 뒤지는 상황에서 8푼 타자가 역전 만루 홈런을 터트릴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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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y-Ball!』 스토리는 레이를 위한 작가의 낭만이 담긴 선물이다. 홈런을 선망하는 레이에게 절대로 잊지 못할 최초 최고의 홈런을 선사하기 위한 기획이 『Pray-Ball!』인 것이다. 그러나 8푼 타자라는 캐릭터 설정과 9회 말 2사 역전 만루 홈런이라는 명장면 사이의 현저한 간극은, 각가지 서사적 장치로 전개의 흐름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제어하고자 하는 작가의 필사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필연적으로 개연적 불협화음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그래서 『Pray-Ball!』은 스포츠물로서의 성격을 유의미하게 가지지 못한다. 『Pray-Ball!』에서 야구 경기는 실제의 생경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며, 엄격한 의미에서 레이와 스미레의 성장을 위하여 임의로 조작된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Pray-Ball!』은 스포츠물로서의 현장성을 또한 의심받게 된다.


『Pray-Ball!』에서의 현장성은 자못 심각한 문제인데, 그것은 성장에 이르기까지의 극적 우연들의 중첩에 제대로 몰입하게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Pray-Ball!』에서는 현장성을 드러내기 위해, 중간중간 관객들의 격렬한 반응을 과장하여 익살스럽게 그려내고 있으며 캐스터 및 해설자의 중계도 실감 나게 살리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중 야구 경기의 열띤 흐름 속에서 벗어나 이탈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것은 협박범을 제외한 주요 인물 레이와 스미레의 시선이 야구 경기에 집중되어 있지 않고 협박범과 자기 내면 등으로 시선이 분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물 간에 대화가 이루어지는 와중에도 경기는 멈추지 않고 지속된다. 그래서 스포츠물에서는 독자들에게 지금 경기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상황을 설명해 주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 스포츠물에서 경기를 바라보는 여러 등장인물들의 시선을 빌려 경기의 흐름을 짚어주는 장면이 허다한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Pray-Ball! 』에서는 긴 호흡의 사설이 이루어지는 동안 경기의 상황을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심지어 코기 브레이브스의 팬이라는 레이조차도 사설 중에 감탄이나 아쉬움 등의 어떠한 반응도 내비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는 경기장의 안에 있으면서 경기의 바깥에 있는 듯한 위화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장성의 문제는 경기의 현황을 일일이 따라가기가 힘들어 관련 묘사를 회피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결과로 추측되는데, 이미 스포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광판이라는 일목요연한 방법이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경기의 과정이라는 중요한 정보가 군데군데 누락되면서, 작가가 애당초 점찍은 명장면은 경기에 대한 몰입의 결여와 장면의 작위성으로 그 감동이 상당 부분 퇴색하고 말았다.


『Pray-Ball!』에서 나타나고 있는 얼개의 작위성은, 극적 장면과 연출을 끌어오는 것을 상당히 중시하는 《블루 아카이브》 제작진의 경향상 피할 수 없는 예고된 본질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에덴조약에서의 히후미 연설, 최종장에서의 '페로로지라 vs. 카이텐저' 구도, 아비도스 3장에서 수없이 비판이 가해지는 호시노의 인격적 문제 등은 모두 이러한 《블루 아카이브》의 장면 지향성에서 나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희비극의 교차와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는 일대의 순간들로 어김없이 향한다는 것은, 사무치는 감격의 쓰나미를 불러오기도 하지만 동시에 작품 외력의 인위적 손길을 의식하게 만들기도 한다. 구성이 짜임새 있었거나 다소간의 무리를 무시해도 될 만한 환경이라면 후자의 단점은 드러나지 않기 마련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작가 본위에 따른 사건과 인물의 어색한 전향을 비판적으로 감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의식하여 『블루 아카이브』에서는 PV나 대표 이미지를 통하여 미리 결과적 장면을 시사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어느 정도의 의지적 전개는 감안할 수 있게 하고 있다.

『Pray-Ball!』에서도 그러한 방식을 활용하여 명장면을 작중에 끌어오면서도 그 과정 사이의 위화감은 덜어내고자 하였다. 그러나 '각본 없는 드라마'로 불리는 스포츠에서는 일말의 작위성조차도 경기의 결과가 작가에 의해 결정론적 운명으로 미리 정해져 있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결말을 예측할 수 있는 스포츠에서 우리는 긴장을 느끼기 어렵다. 생중계에서 겪은 감동을 녹화에서 그대로 체감할 수는 없다. 그래서 『Pray-Ball!』과 같은 스포츠물에서 예측 불가능한 '지금 여기'의 현장성의 상실은 치명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전개해야 했는가? 제언하자면, 속임수다. 『Pray-Ball!』의 가장 큰 문제는 홈런이라는 하이라이트를 자기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순간에 터트리려고 한 나머지 그 빌드업을 너무나 뻔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8회 말까지 한 번도 코기 브레이브스의 타석에 선 적이 없던 레이가 갑자기 9회 말에 4번 타자를 대신하여 2사 만루 상황에 선다? 여기서 만루 홈런이 터질 것은 누가 보아도 자명한 일이다. 누가 보아도 자명하기 때문에 스포츠의 현장성이 훼손되고 경기가 조작적으로 흘러간다는 느낌을 주게 된다. 따라서 홈런을 미리 제시하되, 언제 홈런이 터질지 쉽게 예측할 수 없도록 플롯을 조직해야 했다. 9회 말이 아닌 그보다 앞선 순간에 레이를 타석에 올려 삼진 아웃을 당하게 하는 등의 비틂과 고난 부여가 필요했다. 역전 만루 홈런도 꼭 9회 말이었어야 할 필연적 이유가 았었을까? 9회 초에 올리고 마지막 수비를 기다리게끔 했으면 이야기의 긴장성과 역동성이 더욱 올라갔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작중 경기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면서 그 흐름에 몰입하고 현장성을 경험하게 되었을 것이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더군다나 승패에 운의 요소가 강한 야구를 소재로 삼았다면 이러한 예측 불가능성을 다양하게 모색해 볼 팔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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