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이곳에, 시선은 저 멀리. 싱그러운 겨울날 <스케이트 타는 목사>는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그림이다. 주인공은 로버트 워커(Robert Walker), 에든버러 소속 성직자이자 스케이팅 클럽 회원이다. 사랑받는 그림에는 저마다 이유가 있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개장하면 관람객들은 한 곳을 향해 줄지어 뛰어간다. <델라웨어 강을 건너는 워싱턴>이 있는 2층 미국관을 향해서다. 조지 워싱턴이 혹독한 추위와 얼음을 뚫고 늠름하게 강을 건너는 장면이 거대한 화폭에 담겼다. 조지 워싱턴은 불굴의 의지와 솔선수범으로 독립을 이끈 미국의 국부이자 초대 대통령이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은 당연히 <모나리자>다. 몰려드는 관람객으로 공간은 순식간에 시장통으로 변하지만, 리자 부인은 알 듯 모를 듯 미소를 지을 뿐이다.
<스케이트 타는 목사> 그림은 대대로 로버트 목사 후손들의 집에 숨겨져 있었다. 사람들은 그림의 존재를 잊었고, 그림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경제가 어려워진 1926년, 목사의 증손녀는 이 그림을 700파운드 헐값에 팔았다. 또 다른 긴축 시기에 다시 시장에 나온 그림을 스코틀랜드 국립 미술관이 단돈 525파운드에 사들였다. 무시당했던 세월이 무색하게 지금은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이 되었다. <스케이트 타는 목사>는 그림의 본질 중 어떤 것을 담았기에 최고의 지위에 올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