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 작품 중에서 완성된 작품은 드물다. 주문 제작이어도 만족스럽지 않은 작품은 내놓지 않았다. 레오나르도는 관찰한 내용이나 아이디어를 작은 노트에 적거나 드로잉을 더 즐겼다. 현존하는 7200페이지 이상의 노트는 레오나르도가 기록한 전체 분량의 4분의 1 정도로 추정된다. 레오나르도 노트는 “종이에 기록된 것 중에 인간의 가장 놀라운 관찰력과 상상력의 증거”라 불린다. 그래서 <모나리자>나 <최후의 만찬>보다 레오나르도 노트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많다.
레오나르도의 노트를 보면 그의 추상력과 상상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노트처럼 회화에서 추상력과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과정이 드로잉이다. 드로잉에는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에 대해 의심해 보려는 의식과 용기가 담겼다. 삶에 완성된 순간은 없다. 떨림이 멈춘 정지의 순간은 어쩌면 모든 게 끝나는 순간일 것이다. 삶은 과정이듯, 드로잉은 완성된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떨림으로 존재한다.
회화의 본질은 조형성에 있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내용과 형식이 조화로운 조형은 전달력이 높다. 다른 한편으로 바탕이 있어야 그림을 그릴 수 있기에 회화의 본질은 바탕, 즉 평면성에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금 소마미술관을 방문한다면 그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회화의 본질은 드로잉에 있다.”
드로잉에는 삶의 과정이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철학과 사유가 필요한 시대, 예술가의 드로잉 속에서 삶의 진리를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