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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Ko Jul 09. 2015

비 내리는 오후, 츠케멘을 즐기다.

짭쪼름한 국물에 탱탱한 면을 살짝 담그다.

장마다. 한국에서는 일부 지역에 마른 장마가 계속되고 있어 걱정이라고 하는데, 이 곳 일본은 7월 내내 계속해서 비가 내린다. 1년여의 일본 생활에 이제 적응이 되었는지, 비 오는 날이면 이제 파전에 동동주보다 라멘이 먼저 떠오르곤 하다.


딜레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라멘 생각이  굴뚝같지만, 라멘을 먹기 위해 빗 속을 뚫고 먼 길을 나설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 봐야 걸어서 10분 이내의 거리지만, 비가 오는 날이면 구내 식당에서 끼니를 때우곤 한다.


길을 나섰다. 습기를 한껏 머금은 눅눅한 공기, 잔뜩 찌푸린 하늘,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지만 아침 내내 내리던 빗줄기가 그쳤다. 비 오는 날의 느낌은 그대로지만 비가 내리지 않으니, 라멘을 먹으러 갈 마음이 생겼다.


일본 도쿄 진보초 역 근처 라멘집

수업이 끝나고 주린 배를 이끌고 라멘집으로 향했다. 오후 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점심시간 끝물이라 그런지 곧바로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할 수 있었다. 참고로 대부분의 일본 음식점에서는 입장하기 전, 출입문 오른쪽에 보이는 자판기에서 원하는 메뉴를 골라 식권을 구입하는 것으로 주문을 대체한다. 

한국에도 워낙 일본 라멘 가게나 이자까야가 많아서인지, 내부 인테리어나 가게 분위기가 그닥 특별하게 다가오진 않다. 일본에 있으면서, '아, 여기가 한국은 아니었지.'라고 느끼는 순간은 대부분, 여기저기 적혀 있는 일본어를 접할 때 뿐인 것 같다.

오늘은 간만에 츠케멘을 주문했다. '적시다'라는 의미의 츠케와 '면'을 뜻하는 멘으로 이루어진 이름처럼 따로 나오는 면을 직접 국물에 적셔서 먹는 방식이다. 츠케멘을 먹을 때에는 젓가락질이 두 배로 많이 필요하다. 워낙  천성이 게으른 나와는 맞지 않는 메뉴지만, 일본의 라멘이 워낙에 짠 탓에 최근 들어 조금씩 자주 먹는 메뉴이기도 하다. 면발에 짜디짠 국물이 배어 있는 일반 라멘과 달리, 츠케멘은 면발이 국물의 짠 맛을 조금은 희석시키는 편이다. 


이 곳에서는 무료로 곱배기(大盛り)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곱배기를 먹고 나면 배가 너무 불러 후회하곤 하는데, 주문할 때는 '많으면 남기지 뭐' 하는 마음에 곱배기를 주문하게 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밥을 맛있게 먹고 밖으로 나왔는데, 결국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찌되었든 비오는 날에 츠케멘 먹기는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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