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nKo Jul 11. 2015

토요일 오후, 한국의 맛을 느끼다

주말의 아침은 여유롭다.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을 끄고 다시금 단잠에 빠진다. 눈부신 햇살에 눈이 떠졌다가도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든다. 크고 작은 자다 깸은 허리가 아파온다든가, 배가 고파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야 끝이 난다.


주말의 오후는 바쁘다. 특히, 이번 주말을 이용해서 뭔가를 하려고 계획해둔 것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계획표 대로라면 늦어도 오전 10시 쯤 시작했어야 할 일인데, 침대를 나와 뭘 좀 해볼라치면 이미 시계는 오후 1시를 가르키기 일쑤다.


나의 이번 주말도 그닥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예정했던 것 보다 훨씬 늦은 시각에 집을 나섰고,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이 늦은 시각에 아침 겸 점심을 때우게 되었다. 배는 고팠지만 먹고 싶은 음식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뭐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푸드코트로 올라갔는데,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 처럼 반가운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꽤 정갈해 보이는분위기 삼계탕부터 삼겹살까지 다채로운 음식을 취급하는 한식당이 에비스에 있었다. 한자를 보니 대충 '처가댁'이라는 이름의 식당인 것 같다. 아직 미혼이지만, 나름 백년손님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식당안으로 들어갔다.

일본에서 한식은 아직까지 비싼 메뉴다. 백년손님에 대한 대접치고는 상당히 초라한 구성의 육개장이 무려 950엔이다. 분명 처가댁이라고 해서 들어왔는데, 이건 뭐, 그냥 돌쇠한테 내주는 밥상이 아닌가? 그래도 뭐 간만에 맛보는 칼칼함에 기분이 좀 누그러졌다.


맛으로 치면, 회사 구내 식당의 3,500원짜리 육개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명동 어딘가에 있는 식당의 맛이거나... 가격을 생각하면 잠깐 울컥하는 맘이 들지만, 좋게 생각해 보면 그래도 한국에서의 '맛'이 살아있다는 것이 아닌가? 어쨌든 밥을 듬뿍 떠서 육개장 국물에 휘휘 말아 저으면 금새 밥 한 그릇 뚝딱!

일본에 있는 한식당의 공통점은 벽면 한쪽에 이렇게 친필 사인이 걸려있다는 것이다. 그냥 지나치기 아까워 사진을 찍긴 했는데, 유명인들의 사인인지, 그냥 일반인들의 흔적인지, 아니면 직원들의 다짐인지는 잘 모르겠다.

저렴한 가격도, 대단한 맛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잠깐이나마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 위치 : 에비스 역과 연결된 미츠코시 백화점 5층 푸드코트


브런치는 가볍게,

보다 진지한 글을 원한다면, 블로그에서...

Blog. http://jerrystory.tistory.com/

매거진의 이전글 비 내리는 오후, 츠케멘을 즐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