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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Ko Jul 10. 2015

김광현의 빈 글러브 태그, 무엇이 문제인가?

스포츠 선수들의 양심선언, 의무일까? 선택일까?

2015년 7월 9일, 야구판을 술렁이게 만든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다. 다승 1위 피가로와 국가대표 좌완 김광현의 명품 투수전이 펼쳐지던 삼성과 SK의 경기, 4회 말 2사 주자 2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삼성 박석민은 평범한 포수 플라이가 될만한 타구를 날렸다. 하지만, SK 포수 이재원은 공을 놓쳤고 결국 이 타구는 내야안타로 둔갑했다. SK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아쉬운 순간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3루를 돌아 홈으로 향하던 2루 주자 최형우가 타구를 잡은 김광현의 태그에 걸린 것. 평범한 내야 플라이라고 판단해서 천천히 베이스를 돈 것인지 모르겠지만, 공교롭게도 타구가 땅에 바운드된 순간에 그 옆을 지나고 있었고, 공교와 함께 삼성 팬들은 탄식을 내뱉었다.


하지만, 반전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중계 카메라에 잡힌 화면에 따르면, 박석민의 타구를 잡은 것은 김광현이 아니라, 1루수 브라운이었던 것. 결국 김광현의 빈 글러브가 최형우를 태그한 것이다. 얼음땡이라면 몰라도 야구에서는 이 경우 아웃을 선언할 수 없다. SK 팬들의 환호가 찝찝함으로, 삼성팬의 아쉬움이 분노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프로야구 다시보기

논란의 순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김광현과 브라운과 어깨동무를 하며 덕아웃으로 들어가면서 공을 건네받다 바닥에 떨어뜨린 것. 그리고 그 장면은 브라운이 멋쩍게 웃으며 공을 줍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심판과 상대 벤치의 눈을 피해 공의 점유상황을 브라운에서 김광현으로 옮기려는 시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장면이다.


야구에 만약은 없지만, 저 상황이 제대로 판정을 받아 2루 주자가 홈에서 세잎 되었다면, 다승 1위 피가로는 1승을 추가하여 다승 단독 선두로 올라갔을 것이고, 안지만과 임창용 역시 각각 홀드와 세이브를 챙겼을 것이다.


물론 경기는 연장 11회 말, 김재현의 적시타로 삼성이 가져갔다. 하지만, 삼성뿐 아니라 SK 역시 불펜을 상당히 소모한 뒤였다. 이는 주말 3연전에도 충분히 영향을 미칠만한 요소임이 분명하다. SNS와 야구 커뮤니티는 이번 사건에 대한 논란으로 뜨거운 밤을 지새웠고, 김광현이라는 이름은 포털 검색어 1위를 점령했다.

2012년 5월 12일, SK와 넥센의 경기 4회 초 2사 1,3루 상황에서 송은범이 던진 공이 뒤로 빠지면서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왔고 득점이 인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당시 타자였던 장민석이 발에 공에 맞았다고 자수함으로써 득점은 인정되지 않았고, 2사 만루 상황에서 후속타 불발로 그렇게 이닝이  마무리되었다.                                                  

혹자들은 이렇게 반문한다. 위의 사례에서 장민석이 당시 상황을 그냥 넘어갔다면,  그 것은 비난받아야 할 일인가? 실제로 당시 장민석은 넥센  팬뿐 아니라 해설자마저 굳이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센스가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는 비판 아닌 비판을 듣기도 한다. 그렇다면 김광현에게도 비슷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내가 보기에 위의 사례와 김광현의 사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일단 당시 데드볼 상황은 사건의 발단이 장기영에게 있지 않았다. 물론, 장기영의 몸에 공이 맞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대한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은 심판이다. 그리고 장기영은 심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만한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이야기는 이런 상황에 어울리는 말이다. 장기영이 어물쩡 넘어갔더라도 크게 비판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사실을 알렸기에 그의 행동이 '신사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김광현의 빈 글러브 태그는 오심의 원인이 명백하게 '김광현의 (오해를 살 만한) 행동'에 있다. 선수 본인과 소속팀이 부당한 이득을 가져간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김광현의 행동이 '기만 행위'로 팬들의 비판을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경기가 끝나고 난 후, 김광현은 '의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다'라는 뉘앙스의 인터뷰를 했다. 태그를 위한 연속동작이었을 뿐, 속이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그의 인터뷰에 팬들의 다시 한 번 분노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김광현의 태그 역시 그러한 실수 중 하나였을 것이라 믿는다. 짧은 찰나에 본인의 실수를 인지하고 솔직히 밝히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고 떳떳하게 마운드에 오르는 김광현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원문 : http://jerrystory.tistory.com/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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